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세상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은 느리고 반복적인 요소인데, 현대 사회는 불안하고 독창적이며 변화무쌍한 것에 중독되어 있다. 과열된 현대 세계는 속도에 눈이 멀어 물질적 풍요를 주된 목표로 삼기 때문에 미세한 프로클로로코커스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지나친다. 삶의 전체성과 생명의 그물망을 성찰할 때는 다른 가치관, 다른 종류의 지식, 느림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중략) 느림은 필요불가결하다. p. 164
음식에 대한 의견 교환은 결국 삶의 의미가 살마과 사람 사이, 때로는 다른 존재와 사람 사이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흐름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뜻한다. 마오리족은 '와카파파'라는 말로써 시간의 여명기부터 먼 미래까지 이어지는 사람들의 연결고리를 묘사한다. 와카파파에서 내 존재를 느낄 수 있으면, 내면의 자아와 타인 사이의 접점, 우주의 합창단이나 지구의 태피스트리처럼 시공간을 넘어 무한히 뻗은 사슬 속에 위치한 내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와카파파에서는 나와 공통점을 갖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시선을 높이면 공간을 가로지르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이전에 살았던 모든 존재 그리고 앞으로 살게 될 모든 존재와 나를 연결하는 무한한 실을 보게 될 것이다. p.171
기억은 우리의 실을 뒤로 향하게 하고 상상력은 앞으로 향하게 한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과거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공간을 거스르는 패턴을 엮어내면서 닻을 내리고, 연결을 형성하여 살아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사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공유할수록 시공간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한 주변 환경과의 관계는 더욱 풍성해지고 긴밀해진다. 현대사회의 문제는 온통 새로움에 중독되어 과거를 잊고 지금의 여기만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미래는 과거에 달려 있다. 미래와 과거가 연결된 경첩이 부서지면, 남는 것은 미친 듯 흘러가는 현재의 시간뿐이다. p.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