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줄 모르는 서른 살 초반
억압된 그리스도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특이하거나 특별하진 않지만 평범한 모습으로 살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32살 홍대에 간 나는, 지극히 평범하고 놀 줄 모르는 어른으로 서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사실 억압된 삶을 살았다. "담배 피우면 안 돼. 술도 먹으면 안 돼." 특히 이성을 쳐다보고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은 죄악 중에 죄악이라 배웠다.
그렇게 겉으로 표출하지 못한 나는, 남몰래 숨어서 썩은 짓거리와 더러운 상상을 하며 죄에 빠져 왔다. 겉으로 성스러운 척을 할수록 나의 속은 더 썩어가고 있었다. 교회 사람들 앞에서는 하나님 안에서 묶인 사슬이 사실은 나를 보호해 주는 거라며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그 시절 나를 위로 해주진 못했다. 나에게 자연스러운 욕구의 표출을 할 수 있는 곳은 게임뿐이었다.
진짜 나를 찾아보겠다고 떠난 호주에서조차 일주일에 3일, 4일은 교회에 출석했다. 그들에겐 믿음 좋은 친구로 보였겠지만 교회를 떠나 다른 것을 하려고 하면 괜한 죄책감이 나를 조여왔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여 교회에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에게 호주에 대한 추억은 교회와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일뿐이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청년들이 너무도 부러웠다. 하나님을 등에 업고 세상을 살아가는 나보다 훨씬 자신감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혹시 나 같은 믿음의 후배들이 있다면 나는 교회를 떠나길 추천한다. 방탕한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니다. 교회 안에서 믿음 좋은 신자가 되기보다 세상에 나가 하나님 믿는 청년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몸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길 바란다.
사람들 앞에 서서 노래 부르던 청년이 교회에 다녔으면 했다. 그를 통해 이곳에 구경하러 온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길 바랬다. 아직도 나는 춤 하나 출 줄 모르고 세상을 즐기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것들이 부질없고(나에게는) 즐거움에 속하지 않게 됐지만, 그 옛날 하나님을 앞세워 좀 더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했더라면...이라고 가끔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