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들께
계절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매일 주어진 새 날을 평화로이 맞고 계시는지요.
빛이 참 좋은 오늘, 햇빛이 비추면 모든 것이 명료해지는 것처럼 마음의 오묘한 움직임을 관찰해 보세요. 내 영혼이 그것을 어떻게 이끄는지도요.
매 순간 영혼은 지혜로운 안내자입니다. 순간순간 영혼과 함께 삶을 읊는 자리에는 사랑을 빚는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공부와 삶의 담백한 균형 안에서 선생님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고요한 밤 말없이 절 집에 앉았으니
한없이 적막하고 고요하여 본래 성품 그대로이다
무슨 일로 서풍에 숲이 움직이는가
푸른 하늘 기러기 소리 장천을 울린다
요즘 우리는 <본래 얼굴>이라는 선시를 읽고 있습니다. 선시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매일 무엇에 집착하며 괴로움이라 덧씌우고 있는지를요. 그리고 이또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순간에서 순간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그런 힘을 기르는 공부를 했음을.
어떠한 관점이나 생각이 일어나도 알아차리면 됩니다. 알아차리면 보이게 되지요. 그동안 실체도 없는 형상에 이름을 붙이고 있었음을. 그 이름이 무엇인지 그 대상이 무엇인지 가만히 바라보면 그것은 사실 본래 일어나지도 사라질 것도 없는 꿈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그때서야 바람이 불고 있음을 느끼게 돼요. 살랑이는 바람이 더위로 지친 땀을 식혀주고, 우리를 이끌고 있다는 것. 우리는 바람과 함께 지금 여기에 서 있다는 것.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자유로움입니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여기’ 있음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순간순간 집착에서 해방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거지요.
자유로움은 단순하고 평범한 우리의 일상에 있답니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는 눈을 갖고 있어야한답니다. 열린 눈, 올바른 눈을요. 그 눈으로 그동안 ‘무엇을’이라는 대상에 집착하고 있었다면, 이제 그 무엇과의 거리를 두고 찬찬히 바라보세요. 그러면 그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보이게 됩니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보이게 돼요. 그러니 서두르지 말고 바라보는 것조차 시간에 내맡겨 보는 거예요.
염수경에서 ‘가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를 기억해 보세요. 처음에는 가시라는 대상에 집착했지만, 가시라는 이름과 선입견을 내려두니 어떻던가요. 가시는 별게 아니었어요. 그것은 생각의 습관이고 업의 순환이었을 뿐. 그 습관을 무의식으로 자꾸 순환시키는 내가 있을 뿐. 결국은 자기가 자기를 계속 찌르고 있던 셈이었으니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웠나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스스로 만든 가시에 두 번씩 찔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찔리지 않을 수 있어요. 매 순간 내가 무의식으로 만드는 가시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가만히 내려두세요. 가시가 얼른 사라지기를 바라지도 말고요. 다만 그때마다 내 안에 가진 사랑의 힘을 일깨워보기로 해요. 나는 가시 자체가 아니라 가시를 보듬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러한 사랑의 힘이 내 안에 있음을 기억하는 것.
사랑의 힘은 매 순간 우리를 뿌리로 이끌어줍니다. 사랑의 뿌리, 인내의 뿌리, 자비의 뿌리로 계속해서 이끌어줄 거예요. 그러니 언제 어디서라도 그 힘을 기억하세요. 그것이 매 순간 여러분을 삶의 길로 이끌어 줄 겁니다.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