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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pr 10. 2024

순리 안에 일상이 포함된 삶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새벽수업 전에는 꼭 커튼을 먼저 열어둡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동이 트고, 오늘의 새빛이 온전히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매수업 때마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도반들과 그 빛을 공명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기쁨의 고요를 마음속에 누립니다. 마음의 풍요란 그렇습니다.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세상의 순리를 느낄 수 있는 것. 그 순리 안에 일상이 포함되어 있는 것.


새벽수업에 참여하는 선생님들 얼굴은 다채롭고 맑습니다. 새 하루를 잘 맞겠다는 마음가짐, 나를 알고 싶은 간절함,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하고픈 포용이 한데 모인 얼굴에는 어떤 일말의 고통이 따르면서도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너른 시야가 담겨 있습니다. 그 말간 얼굴들을 마주할 때면 그 자체로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비 속에 힘없이 떨어지는 꽃잎을 마주하면서도 허둥대지 않고 있는 힘껏 손바닥을 벌려 계절을 품는 것처럼 선생님들이 지나온 삶에는 그것을 지키고자 애썼던 힘이 느껴져 숙연해지기도 하고요.


분명한 것은, 지금 여기의 나는 어떠한 형태로든 지나온 내 삶을 보듬을 수 있다는 거예요. 매일 매 순간의 진실한 알아차림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이유를 알려줍니다. 우리가 공부를 꾸준히 아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진심으로 나와 그리고 나와 관계 맺는 모든 이들이 행복했으면 하니까.


우리는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러한 공존 안에서 순환합니다. 공존 안에 일어나는 삶의 굴곡은, 굴곡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그것과의 관계를 바꿈으로써 편안해질 수 있지요. 그러니 괴로움이 일어날 때마다 그 마음을 바꾸려 너무 애쓰지는 마세요. 관계를 바꾸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다만 지금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느냐에 대한 관점을, 그것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고 느낄 것인가. 질문의 방향만 조금 옮기면 된답니다. 흙탕물에 젖은  발을 서서히 마른땅으로 옮겨주는 것처럼요. 어쩌면 그 순간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자 선물이기도 합니다. 알아차림이란 그런 거랍니다. 지금 내가 어떻게 서 있는지 확인하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다면 좀 더 편안한 쪽으로 방향을 옮겨주는 것.


마음을 아는 것도 그렇습니다.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 그 마음이 생긴 분명한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마음은 단독적인 현상이 아니라 조건에 의해 일어나니까요. 어떤 마음이 생기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 내 안에 어떤 마음이 일어나도 그 마음을 탓하기보다 그것이 일어나는 이유를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그러면 알게 됩니다. 아, 그것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겠구나. 내가 습관적으로 그것에 이끌려 있었구나, 하고요.


마음에 대한 알아차림은 무조건 앉아서 눈을 감고 오래 지켜보려 애쓰기보다 하나의 정확한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떠한가’. ‘그 마음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막막함 속에서 삶의 소중함을 눈앞에서 발견하는 일은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이 된답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랑의 힘으로 번질 수 있지요. 그리고 그 힘은 본래 내 안에 있는 것이지 찾는 게 아니라는 것을 꼭 명심하고요.


사실 알아차림은 복잡한 기술이 아닙니다. 하루 중 내가 온전히 내게 집중할 수 있을 때, 그저 괴로움과 사랑의 공존 안에서 순환하는 자신을 느껴보세요.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느껴보세요.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매일 아침 진심을 다해 얘기해 주는 겁니다. “좋은 아침”이라고. 오늘은 정말로 “좋은 아침”이라고. “새 아침”이라고. ”새 날“이라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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