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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pr 11. 2024

세상 속 가장 큰 일은 나를 알아차리는 일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계절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피고 지는 생명의 순환을 보며,  순간순간을 꼭꼭 채우며 살아가기보다 비우듯 살아내고 싶은 소망을 가집니다.


나무와 나무 틈 사이로 비치는 그늘에 앉아 오래 풍경을 바라봅니다. 저는 그늘을 좋아합니다. 그늘은 빛을 온전히 발견할 수 있는 고유한 순간을 만들어 주고, 빛 사이로 번지는 온기와 바람은 그늘의 풍광을 더욱 귀하게 밝혀줍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그늘이 있답니다. 그늘은 내가 어찌해서 만들거나 없앨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무조건 빛을 찾아 나서기보다 지금 나를 드리운 그늘에 내가 살아있음을 알아차리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늘 안에 내가 무엇과 함께 있는지 찬찬히 바라보세요. 먼지가 있다면 먼지를 털어내고, 신발끈이 풀려 있다면 다시 묶으면 되고, 빛을 보고 싶다면 다시 일어나 걸으면 됩니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면 되는 거지요. 그런 나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 습관처럼 분별하려 하지 말아요. 그늘 속에 있어도, 햇빛 속에 있어도 그 속에 있는 그대로 나는 '나'일뿐. 나인 채로 살아있을 뿐이에요.  매 순간 '나의 몸' '나의 마음'이 '나'라는 생각만 없다면, 그 생각이 일어나도 지켜봐 주면, 내버려 두면, 그것은 그렇게 큰일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일어난 것은 지나가는 것이니까요. 흘러가는 것이니까요.


세상 속 가장 큰 일은 순간순간 자신을 알아차리는 일 밖에 없어요. 알아차림은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놓여있음을 알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포용의 힘, 사랑의 힘이랍니다. 우리는 그 힘을 가지고 그늘과 햇빛을 적절히 오가며 살아갈 수 있어요.


삶의 균형이란 그렇습니다. 들을 수 있을 때 마음껏 듣고, 볼 수 있을 때 마음껏 보되 집착하지 않는 것. 그늘 속에서도 빛이 있음을 알고, 빛 속에서도 그늘이 드리워질 수 있음을 아는 것.


그러니 지금은 내가 그늘에 있든 햇빛에 있든 그것을 따지기보다 여기 나에게 오는 계절만 마음껏 바라보기로 해요. 습관처럼 계절이 가기 전 허겁지겁 계절을 찾지 말고, '지금'을 찾아가는 거예요. 그 나침반이 다시 삶을 이끌 겁니다.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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