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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pr 09. 2024

고요에게

다정한 마음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아침부터 새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하고 집 앞 뒷산에는 어제보다 꽃이 한아름 더 피었습니다. 매일의 삶을 이끄는 것은 자연의 순리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눈을 지녔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 눈 위에 색안경을 덧대어 살아갑니다. 오늘은 어떤 색안경을 썼는지도 모른 채 덧씌워진 분별로, 이름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판단하지요.


하지만 변화의 기회는 지금입니다. 이제라도 알아차렸다면 눈 위에 덧씌운 색안경을 알아차려 보세요. 그리고 잠시 벗어두세요. 그러면 보일 겁니다. 눈앞의 진실을, 계절을, 풍경을, 소중한 것들을.



길 위에 놓인 온갖 계절의 냄새와 풍경에 감사합니다. 매일 삶을 이끄는 것은 눈앞의 진실이지 현상이 아니랍니다. 우리는 매일 그것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눈앞의 진실을 알아본다는 것은 나의 삶을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이고, 그 삶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더불어 나의 삶을 이해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여전히 타자의 삶을 베껴가며 살고 있나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색안경을 벗고 나로서 살아가려 하나요?


나의 삶을 알려면, 삶의 주체인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나를 알면, 나 스스로와 가장 다정하고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답니다. 아직 몰라도 괜찮고, 가깝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지금부터 알면 되니까요. 지금부터 가까워지면 되니까요.


우리는 그 첫 번째 순서로 새 이름을 짓습니다. 이름은 한 개인을 부르는 호칭이자 그이의 고유한 영혼을 나타내지요. 우리는 새로이 불릴 이름을 스스로 짓고, 가만히 불러봅니다. “샘아, 여름아, 바보야, 별아.” 솟아남의 의미를 가진 샘, 따뜻한 생생함을 불러일으키는 여름, 반짝임을 상징하는 별, 분별없는 순수한 마음의 바보.


자신의 이름을 가만가만 부를 때 반짝이던 선생님들의 눈동자를 잊지 못합니다. 처음으로 반짝이던 그 눈동자, 처음으로 설레던 그 눈동자가 한데 모여 고통의 바다를 비출 때, 우리는 저 멀리서 등대의 불빛이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앞으로의 길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흘러감을 예견합니다.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렇습니다. 나는 나의 삶을 산다는 것, 지나온 삶은 여행의 한 과정이었을 뿐  잘못된 것은 어느 것도 없었다는 것. 우리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것. 우리는 그 선택의 길에서 매일 헤매며 길을 찾았겠지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일은 그토록 헤매던 내게 “애썼다 “고 다독여주는 다정한 마음입니다. ‘정이 많다’ ‘정분이 두껍다’로 대변되는 ‘다정’한 마음은 나에게 정을 틔우고 그 정이 쌓이고 쌓이는 마음입니다. 지금은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합니다.


살아가는데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삶이라는 여행은 어디에 닿을지 알 수 없어요. 다만 내가 가야 할 길에 매 순간 서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는 삶이 내게 다정하길 바라기보다 내가 삶에게 다정해지는 길을 걷기로 합니다.


온전히,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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