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든 사람들

알아준다는 것 4

by 기픈옹달

<자객열전>은 제목처럼 자객, 칼로 사람을 찌른 혹은 찌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포악하며 잔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마천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기에는 총 5명의 인물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각기 시대를 달리하나 칼 한 자루로 사마천의 눈을 끌었다.


첫 인물은 노나라의 조말이다. 그는 노나라의 장수였는데 별로 재능이 없었는지 제나라와의 싸움에서 세 번이나 패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나라의 장공은 그를 계속 신임했다. 당시 제나라의 군주는 환공이었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환공은 제나라의 황금기를 열었던 인물이었다. 제나라와 국경을 닿고 있는 노나라는 당연히 피곤할 수밖에. 노나라는 땅을 바쳐 제나라와 화친을 맺고자 했다. 조말은 노장공을 모시고 이 회담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조말은 이 회담 자리에서 비수를 손에 쥐고 제환공을 위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제나라의 사람들은 아무도 손을 쓸 수 없었다. 이때 조말은 제나라의 위협에 노나라가 크게 피해를 보았다며 제환공이 이를 헤아려 달라고 요구한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제환공은 노나라에게 빼앗은 땅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흥미롭게도 조말은 환공의 약속을 받아내자 비수를 집어던지고 다시 신하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는 것이다. 얼굴빛에 변함이 없이(顏色不變). 제환공 입장에서는 위협을 받아 대답을 내놓기는 했으나 조말의 뻔뻔한 모습을 보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이에 화를 내며 그 약속을 어기려 하였다.


이때 관중이 제환공을 만류하며 이렇게 말했다.


"[약속을 어기면] 안 됩니다. 작은 이익을 탐하는 것으로 스스로 만족하신다면 제후들의 신뢰를 잃고 천하의 지지를 잃게 됩니다. 그러니 약속대로 땅을 돌려주시는 편이 낫습니다."


관중의 말을 따라 제환공은 자신의 약속을 이행한다. 여기서 볼 수 있는 독특한 태도가 있는데 비록 위협에 겁먹어 말을 뱉었더라도 이를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세가>에서는 이 소식을 듣고 제후들이 제나라를 믿고 의지하려 했다고 말한다. 무릇 말(言)이란 어찌 되었건 그만한 무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믿음(信)이란 내뱉은 말을 지키는 것이다.


조말의 이야기는 칼을 내보이며 초왕을 위협했던 모수의 이야기를 떠오르게 한다. 모수 역시 회담 자리에 난입하여 초왕을 위협하고 이를 통해 맹세를 이끌어낸 인물이다. 조말이나 모수 모두 오늘날 일반적인 관점에서 볼 때엔 무뢰배나 마찬가지인 인물이다. 그러나 사마천은 이들에 대해 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이어지는 것은 전제의 이야기이다. 전제는 오나라 공자 광의 자객이 되어 오왕 요를 찔러 죽인 사람이었다. 생선 요리 속에 칼을 숨겨 왕에게 다가가 그를 찔러 죽였다. 공자 광은 전제 덕분에 왕위에 오르게 되는데 그가 바로 오왕 합려이다.


훗날 오왕 합려가 되는 공자 광은 전제를 정성껏 대접한다. 거사 계획을 나누고 공자 광이 남기는 말이 인상적이다. "광지신 자지신야 光之身 子之身也" 내 몸이 바로 당신의 몸이요. 다르게 말하면 이렇다. 내가 바로 그대요. 훗날을 걱정하지 말라는 뜻.


전제는 홀로 왕 앞에 나아가 칼로 그를 찔러 죽이고 곧바로 그 자신도 목숨을 잃는다. 지금이야 은밀하게 상대를 죽이는 일이 가능하겠으나 칼로 사람을 죽였던 그 옛날 그것이 가능했겠는가? 상대를 죽인다는 것은 자신도 함께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대목은 여러 편에 걸쳐 조금씩 다르게 기술되어 있다. <자객열전>은 물론 <오자서열전>과 <오태백세가>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 부분은 사마천이 똑같은 사건을 어떻게 다르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래에는 <자객열전>의 장면을 옮긴다.


[요왕 12년] 4월 병자일에 광이 무장한 병사를 지하실에 숨겨 두고 술자리를 만들고 용왕을 초청했다. 요왕은 병사들을 보내 궁궐에서 광의 집까지 진을 치도록 하였고, 문과 계단 주위는 모두 요왕의 친척들로 채웠다. 그들은 요왕을 에워싸고 모셨는데 한결같이 긴 칼을 차고 있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공자 광은 발이 아프다며 지하실로 들어가 전제에게 배 속에 비수를 감춘 구운 생선을 내오도록 하였다. [전제는] 왕 앞에 이르자 생선의 배를 찢고 비수를 잡아 요왕을 찔러 그 자리에서 죽였다. 그러자 왕의 양옆에 있던 사람들이 전제를 죽였다. 이렇게 하여 왕을 모시고 온 신하들이 크게 소란을 피우자, 공자 광은 숨겨 두었던 병사들을 내보내 요왕의 무리를 쳐서 모두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그가 바로 합려이다. 합려는 전제의 아들을 봉하여 상경으로 삼았다.


생선의 배가 찢어지자 날카로운 칼날이 나타난다. 이 짧은 칼로 임금의 심장을 꿰뚫자 양 옆의 무사들의 긴 칼이 자객을 찌른다. 날카로운 칼이 번뜩이는 장면은 어떤 짜릿함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여기에서 누군가는 죽음을, 삶의 덧없음을 볼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 또 누군가는 여기서 칼날과 함께 번뜩이는 삶의 한 장면에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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