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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Apr 06. 2023

아이가 여행에 몰입할 때 보이는 행동 7가지




아이들과 첫 해외여행은 종종 넘실대면서도 물 위를 순항하는 크루즈와 같다. 물살을 가로지르며 우리는 계속해서 추억의 시간을 쌓아갔다. 여행 시작 전의 다짐처럼 아이들이 맘껏 탐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범위도 넓어지고, 쉬지 않고 질문하는 아이의 호기심에 진심으로 대화하며 순간순간을 알차게 메꿔가려고 노력했다.


처음엔 무서워하던 놀이기구나 물놀이도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며 안정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엄마! 이거 더 타고 싶어요!", "엄마, 오늘도 물놀이하면 안 돼요?" 등등 아이들이 주도하는 여행으로 만들어갔다.


일상을 벗어나 아이와 여행을 떠나고 보니, 모든 것이 참 낯설게 느껴졌다. 이렇게 느긋하게 아이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던가? 현실적으로 매번 짜인 루틴에 맞춰 아이를 재촉하고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바빴는데, 타지에서는 나부끼는 바람을 느끼며 아이와 나 모두가 각자의 취향을 찾아가는 여행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를 관찰하면서 나는 아이가 여행에 몰입하고 있다는 증거가  7가지 남다른 행동 포인트를 발견했다.  


1.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

아이는 자신의 세계관을 넓혀가는 시간임을 인지하는 듯했다. 그 대신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닌 디테일한 하나하나를 계속해서 탐구하고 비교하고 관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부모의 답에 납득이 되는 포인트, 그렇지 않은 포인트를 고르며 매 순간 스스로 정의하려고 애썼다.

 

2. 핸드폰, 유튜브 없이 지내는 과정을 익숙하게 생각하는 것

지도를 찾기 위한, 티켓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한 용도 외에 우리는 철저히 온라인과 분리된 시간을 보냈다. 부모의 핸드폰을 사용 시간이 현저히 줄어서 아이들에게도 유튜브 없는 여행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 좀 더 여행지에 있는 지금의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보냈다.


3. 여유를 두는 것

길을 가더라도 예상치 못한 재미를 찾고 잠시 시간을 쓰는 게 충분히 허용되었다. 목적지만을 향해 달리는 것에 너무 급급하던 일상의 습관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의도적으로 "괜찮아, 지금은 여행 중이니까"를 속으로 되뇌었다. 아이에게도 그런 여유가 전해졌는지, "엄마, 이것 더 자세히 보고 싶어요! 이쪽 길로도 가보고 싶어요!" 등등 자신의 호기심을 해소할 시간을 충분히 요구했다.


4. 당황스러운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

공항에서 캐리어 분실이 큰 역할을 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일지라도 할 수 있는 처사를 하고 기다리는 것을 배우는 큰 계기가 되었다. 아이는 걱정했지만, 나와 남편의 침착함이 전해져 여행의 시간을 부정적 감정(걱정과 불만 등)으로 낭비하지 않으려는 것을 잘 따라주었다. 여행 중에 아이에게 불안감을 주는 원인을 잘 파악하여 달래려고 노력했다.


5.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것

높은 습도에 땀이 많이 나는 게 싫은 아이. 그래서 여행 코스를 더 쉽게 바꾸고, 많이 걷더라도 자주 쉬어주는 스케줄을 짜는 게 좋았다. 그럼에도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이는 점점 여행 과정에서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그늘로 달려가 숨을 고르고, 물을 많이 마시면서 말이다. 제법 새로운 곳에서 화장실 찾기가 능숙해지기도 했다. 이쯤 있겠지. 이런 곳에 주로 있겠지 등등 말이다.

 

6. 자신만의 놀이를 발견하는 것

우습게도 둘째는 버스 유리창에 머리를 대고 진동을 느끼는 자신만의 놀이를 개발했다. 이동 중 무료한 시간이었음에도 버스 창문에 머리를 대고 간지러워 키키키 웃으면서 소소한 놀이에 재미를 느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무료함이 아이를 창의적으로 만들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7. 자신의 역할을 찾아 능동적인 해결사로!

챙길 수 있는 짐을 나르거나 엄마아빠의 응원군이 되어주거나, 제법 보조 역할을 하면서 아이는 여행의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코스에 의견을 더할뿐더러, 짐을 챙기고 나르는 과정, 숙소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과정을 여행에서 당연히 해야 할 자신의 일이라고 여기는 듯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여행을 기록하는 앨범제작 과정을 주도하며 깔끔한 마무리까지 주도했다.



싱가포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아이의 웃음, 아이의 행복, 아이가 두고두고 꺼내먹을 추억을 돈 주고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만보 이상 걷고, 서너 시간 물놀이를 하는 등의 몸이 고된 시간이지만, 아이의 그 작은 마음에는 행복감이 가득 차올랐나 보다.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깔깔대며 웃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여행 3일 차, 센토사 실로소 비치 근처 레스토랑에서 화덕피자와 파스타를 저녁으로 먹는 중에 첫째 아이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I am more happy."


응? 뭐라고? 어설픈 아이의 영어 표현이지만,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를 만큼 감격스러운 문장이었다. 아이는 자신의 영어 지식을 동원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여행이 우리 가족에게 뜻깊은 시간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다음 날도 아이는 종종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에요!"라며, 망설임 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냈다.


고맙다. 아가.

엄마도 너와 이런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해!


여행으로 발견된 아이의 모습들이 비단 여행지에서만 국한될까? 여행지에서의 발견을 지금 우리가 사는 일상의 현장에도 적용해 본다면, 아이의 하루하루가 행복한 모습으로 축적되리라 믿는다.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도 아이들이 주도성을 갖고 탐구하고 개척해 나가는 모습으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적극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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