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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심어린 로레인 Aug 25. 2022

어느 날 아이가 눈을 찡그리는 증상을 반복했다면?



틱 증상.

미디어에서 보이는 틱의 모습은 대부분 만성 틱으로 평범한 일상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고충을 담고 있다.  영향이 나도 모르게 그 단어에 대한 불안감으로 굳어졌고, 내 아이에게만큼은 틱이 없길 바랬다.


큰 아이가 5살이 되는 연말 무렵, 갑자기 아이가 헛기침을 연달아 계속했다. 환절기 건조함이 원인이었을까? 그러기엔 쉬지 않고 1시간 가까이 헛기침을 멈추지 않는 아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러는 거지? 당시에는 이게 음성틱인 줄도 모르고, 아이에게 그만하라고 나무라기만 했다. 잠든 아이를 두고 몇 번 검색을 하고서야 이게 수많은 틱의 형태 중에 음성틱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틱의 시작선에 서있다는 것도.


어디가 크게 아픈 게 아닌 단지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틱 증상으로 드러나는 것이기에 마음을 보듬어주고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삶이 크게 무너진 느낌이었다. 완벽한 육아를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닌 서둘러 정신 차리고, 내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꼼꼼히 살펴봐야 했다.


동생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많아서였을까? 지난 1년간 갓난아기를 동생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이에게도 버거웠을 것이다. 이제 돌을 맞이한 둘째는 제법 움직임도 많아져서 형의 영역을 자꾸 침범하는 무모함을 보였다. 그래서 첫째는 늘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다.


원인을 덜어 낼 수 있는 노력에도 단번에 호전되지 않는다. 틱 증상이 지속되는 아이를 바라보아야 할 때면 큰 인내심이 필요했다. 내가 듣기 힘들다고 아이에게 헛기침하지 말라고 다그치기에는 괜히 증상에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지켜보면서 아이의 마음에 여유를 주려고 노력했다. 말이 쉽지, 그 시간은 정말 더디게 흘러갔다.


힘겨운 겨울을 보내면서 우연히 직장 동료와 나눈 대화에서 그녀의 초등학생 아들도 비슷한 틱 증상을 갖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지금 내가 당황스러워하는 틱에 대해 인생 선배처럼 이미 통달한 그녀는 덤덤하게 자신의 노하우를 털어놓았다. 그렇게 천사처럼 나와 아들을 위로해주는 특별한 시간이 이어졌다. 우리는 주중에 하루 날을 잡아 아이들과 함께 종종 어울리며 서로 육아에 대한 고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일주일에 한 번 엄마랑 단둘이 형아를 만나러 가는 길이 즐거웠는지 아이는 매번 언제 또 놀러 가냐는 질문을 쉬지 않고 던졌다. 동생에게 뺏긴 엄마를 독점할 수 있는 기분 좋은 날이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만남 외에도 나는 아이와의 일대일 데이트를 자주 만들려고 했다. 꽤 오래 이어진 데이트를 통해 아이는 평안함을 되찾았을까? 메마른 가지에 작은 잎사귀가 피어오르는 봄이 되듯이 헛기침 증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틱에서 벗어난 걸까?  


한동안 걱정 없이 아이를 바라봤고, 우리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날이 되기 전까지.


그날은 아이가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는 책을 볼 때마다 모서리가 눈을 찌를 것 같다면서 종종 손 안경을 만들어 책의 공격을 방어하는 태세를 취했다. 그저 우스웠던 그 포즈가 아이의 예민함을, 긴장을 드러내는 습관이었다.


갑자기 눈을 찡그리는 틱을 시작했다. 이미 잘 알고 있었던 틱 증상 중에 이번엔 운동틱이 시작된 것이다. 너무 마음이 아프게도 우리 가족은 다시 틱을 하는 아이를 바라봐야 했다. 혹시 불편한 건 없는지 차분한 톤으로 물어보면서 아이를 보듬었다.


틱은 보통 초등학교 3학년 이후가 되면 사라진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성장통처럼 그저 이 시기를 잘 보내서 말끔히 졸업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틱을 신호로 삼아, 엄마가 너를 더 사랑해주고, 너를 더 편하게 해 줄 수 있게 노력할게.


그러려고 틱이 너에게 찾아온 걸지도 몰라.

사랑해




우리는 죽고, 언제 죽을지 몰라.. 
그러므로 우리의 순간순간은 너무 소중해. 
살아있는 이 순간이 정말 찬란한 순간이야.

- 김창옥 tv  여기까지 잘 왔다 에피소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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