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퍼다이버인가?
deep dive라는 말은 직역하면 깊은 잠수이다. 심층조사나, 철저한 분석을 할 때 쓸 수 있는 표현으로 열심히 착수하다, 분석 또는 조사하다는 말이라 할 수 있다. 어떠한 '주제'나 '순간', '상황'에 온 정신을 집중된 상태라면 나는 일과 육아 두 가지를 모두 딥다이브할 수 있을까?
워킹맘으로 다시 일을 풀타임 이어간 지 6개월,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떠한가?
이직이라고 하면 뭔가 전문성을 갖고 어떤 상황에도 능수능란한 일꾼이 조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어쩌면 일머리를 가졌어도 낯선 환경과 동료,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시간은 신입 못지않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업계로 발을 디딘 상황에서 반 신입이란 생각을 스스로 할 정도였으니까. 충분히 온보딩이라는 허니문 기간을 잘 거쳐야 자신이 해야 할 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그런 과정이 필요했고, 그 시간 이후에는 매일 주어진 업무 시간 내 밀도 있게 해야 할 과업들을 해치우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들 픽업시간이 늦어지니 퇴근 시간을 타협할 수 없는터라 긴장과 이완의 경계에서 긴장에 치우쳐진 나날들이 더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야근을 자주 하지 않더라도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의 성과를 가져가는 것은 일의 재미를 추구하는 나에게 필요한 원동력이었다. 배우며 시도하며, 알아가며 적용하며 등의 과정을 반복하며, 나는 이제야 조금씩 내가 가진 오래된 노하우들과 새로운 분야에서의 조화점을 찾아가고 있다. 막연한 안갯속에서 허우적 대던 내가 조금은 땅에 발을 딛는 느낌인 것이다.
최근 슬프게도 긴 연휴 시작을 앞두고 1~2주 몸이 안 좋았다. 수년 전에 겪었던 임파선염이 재발한 거라고 이번엔 조직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다. 항생제를 먹으면 일주일 정도 고생 후 나았던 것 같은데 이번엔 10일을 넘겨도 증세가 비슷하게 이어졌다. 약기운이 사그라드는 새벽녘이면 다시 근육통과 37.6도 이상을 오르내리는 증상이 반복되었다. 면역 질환 중에 하나일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에 번아웃으로, 이석증으로 심각하게 고된 나날을 보냈던 예전 시간들이 다시 상기되었다. 그리고 분명해진 것은 내 몸은 열정에 따라 기동성을 띠기 힘든 한정된 양만 담고 있는 바구니라는 사실을.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 공부에서 전혀 손을 놓고 있던 내 모습을 솔직히 고백했다. 학원이 아닌 집에서 엄마표로 몇 가지 학습을 잡아주면 아이의 영어나 수학은 기초가 잡힐 거라고 일러줬는데, 언니의 꿀팁을 50%로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간단한 몇 가지였어도 꾸준히 이어가는 건 퇴근하고 녹초가 된 나에게 버거운 일이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건 나도 아이에게도 도움이 된 몇 가지 독서와 말씀암송, 수학 문제집 푸는 정도였다. 언니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리고 조카들을 보니까 육아도 정신을 더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번쩍 들었다.
지금 이 시기는 아이와 나 모두에게 트랙 위에 서있는 선수다. 아이는 학업에서, 나는 커리어에서 성장해야 하는 마라톤을 하고 있는 것. 하나 더 해야 한다면 남편이나 나나 아이들의 페이스메이커로서 학업이 제 페이스를 찾아갈 수 있게 돕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것이지. 우리가 성공적으로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인생에서 딥다이브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리고 그 성취감을 나눠주는 대단한 분들의 인터뷰를 보고 있자면 나는 계속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엔진이 과열되어 어느 순간 트랙아웃된다면? 내가 생각한 결승점을 돌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마음이 아프다.
연휴가 마치면 나는 다시 내 환경 점검에 들어가려고 한다. 건강을 위한 습관 위에, 아이의 학업을 도울 습관, 나의 커리어를 도울 습관까지 쌓아가려고 한다. 단기에 이루려는 조급한 마음, 더 완벽하려는 마음 다 내려놓고 우리에게 모두 만족스러운 내일을 향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Let's deep dive in my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