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들의 성장 커뮤니티를 만든 이유
요즘 시기에 비하면 제법 이른 나이에 엄마가 된 터라, 웬만한 아이 또래 엄마들 모임에 가면 대부분 막내를 차지했다. 외모적으로는 별로 티가 나지 않더라도 나이를 오픈 하자는 분위기에서 어쩔 수 없이 밝혀졌다. 그럴 때면 뭔가 어색함이 감돈다. 성향이나 관심사가 맞지 않아 아이를 위해서 억지로 어울리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나에게 막내 역할을 기대하는 건가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최소한으로 나가야 하는 모임에만 참여하는 것으로 점점 내 일상에서 비중을 줄여갔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취미에서는 주도적인 면을 보이는 활발한 성격임에도 그걸 감추고 조용히 참여했다. 그런 내 생각에 아주 확실한 계기를 만들어준 모임은 바로 초등학교 입학한 아이의 첫 반모임. 약속 장소에 나간 날, 나는 정말 '다른 세상 사람이구나'를 제대로 깨달았다. 결혼식 갈 때도 편한 가방과 스타일을 고수하느라 그날도 재택을 하다가 점심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점프슈트 하나 입고 빈손으로 달려갔다. 그런 나와 너무 상반되게 블링블링 치장한 엄마들. 그분들 사이에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앞으로 여기에서 어울리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보다 '나'의 성장에 더 관심 있는 엄마라서 온통 대화의 주제는 부동산과 아이의 학원,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 듣고 리액션을 열심히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티키타카가 필요한 주제에 원사이드로 쏟아내니 그분들 입장에서도 맞장구치는 재미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그 주제에 관해 이미 나는 심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나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아무튼,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시키지 않고 오히려 나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시너지 나는 관계를 찾아야 했다. 그중 하나를 소개해보고 싶다. 작년 1월부터 시작한 '달밤에 만나는 사이'라는 달만사 커뮤니티다. 성장을 추구하는 엄마들의 느슨한 커뮤니티다. 아이를 재우고 제법 자유로운 밤 9시 반, 한 달에 한번 우리는 줌을 켜고 서로에게 영감이 되는 성장 대화를 나눈다. 열두 명의 엄마들이 돌아가며 가장 인상적인 경험, 콘텐츠 등을 쏟아내면 내 세상의 반경은 더 넓어진다. 독서, 창업, 글쓰기, 코칭, 자기 계발 등 각자의 관심사도 묘하게 얽혀 있어서 서로의 대화가 충분히 윈윈 하는 매력이 있다.
작년 12월까지 꼬박 12번을 올 출석하고 올해 멤버를 더 추가해 이어갈 정도로 엄마들에게 응원과 격려가 되는 힐링타임이다. 각자 사는 곳도 다르고 자녀의 연령대도 다르지만 우리의 공통점은 '나 자신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매월 3가지 하이라이트 키워드를 공유하면서 어떤 도전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공유하고 다음 달에 만나 그 여정을 진솔하게 공유한다. 그래서 각자가 하는 좋은 습관들은 서로 따라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려는 사람들을 아낌없이 응원한다.
요즘 엄마들 중에서도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추구하는 분들이 꽤 많이 보이는 듯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그런 목소리를 접할 때면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싶어서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나는 아이에게 필요한 모임이거나 그나마 결이 맞는 엄마들과 어울리는 정도로 조금은 다가가지만 그 외의 모임에서는 남편을 대신 참석시키고 있다. 여분의 시간이라도 모으고 모아 내가 충전되고 내가 더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 그걸 우선순위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아이도 나도 함께 잘 자라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