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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쉬멍] 찾았다!!
완벽한 우리의 숙소

나의 집 블랑쉬하도

by 조현

숙소 찾기 에서 우린 꽤 까다로운 조건들을 걸었었다.

오션뷰인가.

냄새가 나진 않는가.

너무 으슥한 곳은 아닌가.

단독주택, 독채인가.

단독이면서 옆집과 너무 가깝지는 않은가

너무 대로변 옆은 아닌가.

관리가 잘 되고 있는가.

주인과 소통이 원활한가.

등록이 된 업체로 운영되고 있는 곳인가.

등등


이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통과한,

아주 완벽한 나의 집을 찾았다.


미리 밝혀두건대,
숙소 측으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았다.
홍보하기로 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내가 스스로 두 손으로 찾아 직접 상담해 찾아간 곳이다.
내 돈 내산, 스스로 찾기까지 한 곳이다.
내가 너무 좋았었기에, 너무 감사했기에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는 것일 뿐.
아무 관계도 없다.
다만, 손님으로써
이곳이 오래오래 유지되었으면 하는 순수한 바람이 있을 뿐이다.
(글을 연재하기 전,
사장님께 이곳의 이름과 여기서 찍은 사진들을 올릴 수 있다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허락받았다!)


나의 집 블랑쉬하도

이 예쁜 집들이 전부 블랑쉬하도.

그중, 정면에 보이는 곳이 우리가 머물렀던 나의 '이층집' 이다.


유채꽃이 핀 계절, 별방진에서

나의 집은 동쪽 구좌읍의 '세화리' 옆, '하도리'라는 작은 마을이다.


이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은 유채꽃의 명소

'별방진'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별방진이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조선전기 왜구방비를 위해 축조한 진(鎭). 방호소(防護所)."라고 한다.


작은 성곽 같은 곳인데 바다와 유채꽃이 만나 사진 찍기 너무 좋은 곳이다.



예전에 이곳 별방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지나가면서 길 옆 예쁜 하얀 집, 블랑쉬하도를 본 적이 있다.


이렇게 기억과 네이버카페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곳이었다.


제주도살이 준비를 하며, 미리 숙소를 정리해 두고 엄마 아빠가 직접 제주도에 가서 집을 보셨다.

처음 연락해 보기 전엔, 큰 기대는 없었다.

카톡을 통해 사장님과 미리 연락하고 방문약속을 잡았다. 방문하기도 전부터 카톡을 통해 즉각적인 답변과 친절한 설명들이 이어졌었다.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직원분들이 상주하고 계신다는 점이었다.

언제나 사람이 있다.

"언제든 구경가능하오니, 방문하시기 전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바로 답변 주셨다.

아마 나는, 이미 이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이 숙소로 정했던 것 같다.





블랑쉬하도는 우리의 수많은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만족했다.

바다 근처, 대로변 바로 옆은 아닌 곳.

옆집과 너무 가깝지 않은 단독주택이며, 관리가 매우 잘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오션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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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과 1층방에서 바라 본 창밖 풍경. 완벽한 오션뷰이다. 가끔 돌고래도 지나간다던데.... 나는 한번도 못봤다.



우리가 처음부터 고려했던 부분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블랑쉬하도만이 가지고 있던 장점들이 있었다.




○ 전체가 하나로 관리된다.

이 곳은 21채의 단독주택과 관리동이 별도로 모여 있는 곳으로

한갓지면서도 무섭지 않은 곳이었다.

이 타운전체가 블랑쉬하도로 같이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무척 편리했다.


몇몇 타운하우스에 있는 한달살이 집 같은 경우, 옆집의 주인은 우리 집의 주인과 다른 사람일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다 보니 옆집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기 어렵다.


이곳에서 첫날, 밤이 되었는데도 옆집이 바깥 외관에 있는 전등을 끄지 않았다.

하필 우리 숙소를 향하고 있던 터라, 커튼을 내려도 부분에 따라 빛이 들어왔었다.

그런데 카톡을 통해 관리자분께 말씀드리니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졌었다.

만일 옆집과 주인이 다르다면, 연락이 바로 안 된다면,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 장기 숙박 전문 숙소

무엇보다 블랑쉬하도는 1박은 불가능한

한 달 살기와 같이 장기간만 빌릴 수 있는 숙소인 점이 너무 좋았다.

사실, 이 점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검색하다 보니 타운하우스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경우 가끔 골치 아픈 경우가 있는데, 특히 옆집이 펜션처럼 운영되는 경우엔 문제가 많다고 한다.

나는 한 달이 넘게 살고 있는 사람인데, 옆집이 1박씩 하는 펜션으로 운영된다면,

옆집에 매일 들락거리는 사람이 달라진다.

또 며칠 여행 온 사람들이다 보니 파티가 열리거나, 마당이나 테라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바비큐를 구워 냄새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엔 불편한 점을 말씀드리기도 힘들다. 시정될 가능성도 낮고.


하지만 블랑쉬하도는 한 달 살기 혹은 그 이상을 하는 사람들이 묵는 숙소이다 보니 조용하고, 안전했다.


또, 이웃과 조금 친해지기도 했다. 우리 옆옆집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분들이었는데 나가는 시간이 비슷해 겹치다 보니, 인사도 나누게 되고, 몇 마디 말도 나누게 되었다.

그 가족분들도 이곳, 블랑쉬하도가 너무 좋아서 처음 계획했던 일정보다 보름 연장하셨다고 했다.




○ 관리동이 있고, 관리자가 상주한다.

블랑쉬하도의 장점은 '관리동'에 있다.

직원이 상주하고, 관리동이 있다는 것.

아마 다른 단독주택으로 된 숙소들엔 없을 유일무이한 장점이다.


관리동을 통해 택배를 미리 보내거나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린 짐을 수월하게 보내고 받을 수 있었다.

관리동에서는 매점을 겸하고 있어 간단한 음료나 라면, 생필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현관 앞으로 배달도 된다! 제주도에서 즉각적인 배달이라. 참으로 귀하고 감사했다.

우린 항상 생수가 떨어지면, 카톡으로 '관리동'에서 배달시켜 먹었다. 무겁게 들고 오지 않아도 집 바로 앞까지 생수들이 배달되었었다.

한 번은, 숙소에서 사용하던 칼이 무뎌져 잘 썰리지 않았다. 카톡으로 말씀드리니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문고리에 '칼갈이'와 함께 제주도의 '인심'도 함께 걸려있었다.




○ 불만 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주신다.

사실, 우리는 불만도 많고, 해달란 것도 많았던 진상가족이었을지 모른다.

모기가 많다고,

바람에 쓰레기가 날아다닌다고,

전기차 충전해야 한다고,

그때마다 바로바로 카톡 하는, 참으로 할 말도 많고, 요구하는 것도 많은 가족이었다.

그런데 항상 너무 친절한 답변으로

바로 해결해 주셨다.

모기약을 가져다주시고, 다음날 바깥 전체를 소독을 해주시고,

쓰레기를 바로 치워주시고,

전기차 충전할 수 있는 곳을 섭외해 주시고.

(전기충전은 진짜 할 말 많지만,,, 안 하겠다. 힘들게 섭외해 주신 곳에서 갖은 치사하고, 불친절함으로 충전하기 껄끄럽게 하셨던 것밖엔. 집 앞 리조트 진짜. 하. 블랑쉬하도는 최선을 다해 해결해 주시려 노력해 주셨다. 전기차 충전소도 곧 생긴 다하셨으니~ 그럴 일 없다!)




아마도 내가 블랑쉬하도를

너무 감사한 곳으로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모든 장점보다

'사람'에 있을지도 모른다.


친절한 사장님을 비롯해,

관리해 주시는 모든 직원분들.




블랑쉬하도에는 예쁘고 쁘띠한 수영장이 집집마다 달려있다.

우리가 갔을 때는 10월, 11월이라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날은 더웠고, 우리 옆집은 어느 날 갑자기 수영장을 이용했다.

분명 안내사항엔, 수영장을 이용하고 나면

다양한 이유, 특히 수질 및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물을 즉각적으로 빼달라고 되어있었다. 그런데 옆집은 규칙을 어긴 채 며칠이 지나도록 물을 받아놓고 있었다. 수영장은 별로 이용하지도 않던 만. 며칠이 지나도 수영장에 물이 채워져 있어 관리자 분께 말씀드렸다.

관리자분은 늘 그렇듯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해주셨고 깨끗이 청소되었다.

문제는 거기서 발생했다.

내 동생에겐 '관성'이 있다.

"본인이 좋아하는 건 꼭 그 자리에 있기."

한 동안 그곳에 있었던 것이, 본인 마음에 들었으면 계속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아뿔싸. 수영장에 물이 그랬다.

동생은 물을, 수영장을 환장하게 좋아한다. 동생이 너무 좋아해서 우린 이용하지 않았다. 24시간 수영하려고 할 테니까.

옆집 수영장에 들어가려 한 건 아니지만, 동생은 옆집 수영장에는 물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생은 옆집 수영장에 물을 다시 채워달라고 떼쓰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물이 있지 않았느냐고, 왜 뺐느냐고.

수영장은 집집마다 호스를 이용하여 물을 받는 시스템이었는데 동생은 호스를 틀려고 했다.

어찌어찌 어르고 달래고, 붙잡고 혼내며 손을 대지 않고 겨우 집에 들어왔다. 그런데 외출하고 올 때마다 볼 것이고, 계속 틀려고 할 텐데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카톡을 통해 관리하시는분께 말씀드렸다.

너무 황당하실 것 알지만, 혹시 방법이 있을까 싶어, 수영장 물을 받는 호스를 치울 수는 없겠냐 조심스레 말씀드렸다. 돌아온 답변에 나는 너무 감동했다.

그리고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답변에 또 이렇게 연락이 왔었다.

호스는 가려졌고, 동생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다른 집에서 잠깐씩 수영장에 물을 받아 이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동생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보내주신 카톡을 그대로 복사해 와 붙여 넣은 것이다.


마지막문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최대한 고민하고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말.

지금껏 동생과 함께 살아오며 꼭 듣고 싶었나 보다.

문제는 항상 우리가 해결해야 하고,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우릴 도와주신 다니!

아직까지도 저 문장이 가슴에 와닿아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너무나 감사했다.

얼마나 감사한지, 사장님은 모르실거다.







동생에게 블랑쉬하도는 '이층집'이다.

제주도에 있는 나와 너의 이층집.


동생에겐 아까도 말했다시피 '관성'이 있어서 처음 붙이는 이름이 매우 중요하다.

영원히 그 이름으로만 부르니까.

고민고민 끝에 '이층집'이라고 알려줬다.

영원히, 우리 인생에 있어서 유일한 이층집이 될 것 같아서.

마음에 드는지 이곳을 동생은 이층집이라고 부른다.


아직도 잠들기 전 가끔,

"이층집!"이라고 말하곤 한다.

동생에게도 이곳은 너무나 좋은 추억이었고, 다시 가고 싶은 집이다.

우리의 또 다른 제2의 집이라고,

동생과 나는 생각하고 있다. :)



나와 동생의

환상이었고, 꿈이었던

바다 앞 이층집.

그 꿈을 사랑으로 품어준 블랑쉬하도.

꼭 다시 갈게요!


(곧 다시 가려 일정을 조율해보고 있는데,

동생의 관성 때문에 같은 동으로 가야 할 것만 같은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예약하기 힘들어 걱정이다.

나는 옆동도 좋은데, 동생이 전에 살았던 곳이라고 돌진해 들어가 버리면...

큰일이니까.

앗, 더 인기 많아지면 안 되는데!!!!!)



(아. 단독주택, 그것도 2층 짜리 단독주택의 환상을 와장창 깨주기도했지.

2층으로 된 집을 평생 살지는 못하겠다는 깨달음도 주었다. 2층에 뭐 놓고 오면.... 아이고 힘들어.

첫날 짐정리하려 2층을 수십번왔다갔다 했더니 다리가 다 후들거리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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