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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걸으멍] 한남사려니오름숲

걷기 좋은 길 1. 한남사려니오름숲

by 조현

<삼나무나라의 난쟁이가 되어보실래요?>


인터넷을 보다

우연히 한남연구시험림을 알게 되었다.


"어이쿠~ 한남연구시험림이라는 곳이 있는데 , 10월까지만 탐방이 가능하대! 예약해야 된대!"

그렇다면 당장 예약이다!



그렇게 우린 한남연구시험림으로 갔다.



한남연구시험림의 정식 명칭은 2025년 한남사려니오름숲으로 변경되었다.


이곳은 숲나들e에서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다. 2024년은 2024.05.16-10.31 일까지만 탐방이 가능했다.

2025년 한남사려니오름 숲 예약안내

https://www.foresttrip.go.kr/indvz/main.do?hmpgId=ID05030007


시월마지막날까지 된다는 걸 안건 10월 중순경.

10월 31일까지는 열흘 남짓 남았을 때였다.

예약해야 하는데 언제 가야 할까?


이곳은 기상여건에 의해 출입이 통제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비가 오면 제주도의 숲은 가기가 힘들다. 우산도 소용없고, 옷도 버리기 일쑤이다. 따라서 비 오는 날은 피했다.


그래서 남은 열흘 중

기상청 앱 보고 비 오는 날 빼고,

예약불가인날(월, 화) 빼고.

그렇게 결정된 날은 탐방이 가능한 날 중

마지막 날!

10월 31일이었다.

"혹시 그날 기상 악화로 못 가게 되면 그건 운명이다."라는 마음으로.


서둘러 숲나들e 어플을 통해 예약했다.

예약할 때 대표자가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정확한 인원을 기입하고 난 후, 시간을 지정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대부분 관광이다 보니 시간이 정확하지 못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말 것!

가급적 시간을 지키는 것이 좋겠지만, 정확한 시간까지 도착하진 않아도 된다. 우리도 실제 30분쯤 늦었다.

예약을 하면 예약확인문자가 카톡으로 온다.

그리고 출발 전날 카톡이 온다.


아! 유의사항이 중요하니 홈페이지에서 확인 후 출발해야 한다. 하루 전날 오는 카톡에도 잘 나와있다.


다행히 10월 31일 날씨는 너무 좋았다.

덥지도 않고, 햇볕이 쨍쨍하지도 않고 적당했다.

걱정은 덜고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큰길에서 샛길로, 이 길이 맞는지 싶은 길을 지나다 보면 주차장인지 싶은 임시주차장이 있다.

주차하고 걸어가 보면 탐방안내센터가 나온다. 나무로 된 분위기 좋은 사무실이다. 입구에 직원분이 나와 계신다.

예약자 확인 후 대표자에겐 지도가 있는 명찰을 주신다.

"후훗 나를 잘 따라와야 해! 안 그러면 길 잃어버려!!"

라고 큰소리쳤지만, 사실 이정표가 잘 되어있어 길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곳곳에 들어가면 안 되는 곳도 잘 막혀있고.

그래서 직진만 하는 조율,

동생도 엉뚱한 길로 새지 않고 잘 갈 수 있었다.

(동생은 때론 가지 않아야 할 길도 가겠다고 우길 때가 있다. 주로 자주 매번 다녔던 길이 그렇다. 매번 가던 산책로가 공사등의 이유로 막혀있다면... 그래서 우회해야 한다면... 우린 한참 실랑이를 해야 한다. 왜 못 가는 건지 이해 못 하는 동생과. 가지 못하는 길 사이에서.

대부분 낯선 길은 우기지 않고 잘 따라온다.

또, 이곳처럼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잘 막혀있으면 가지 않는다. 대충, 이정표나 안내판으로만 되어있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9시와 1시에는 숲 해설사분의 해설도 있다고 했지만,

가만히 듣고 있을 동생도 아니기에 우린 여유롭게, 자유를 택했다.

설명을 못 듣더라도 숲을 오롯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1시 예약을 했지만 1시 반쯤 도착했다.

지도 목걸이를 목에 걸고 내가 전세 낸듯한 프라이빗 숲으로 내딛는다.


아, 출발 전 이곳에 필수! 화장실 가기. 입구에 탐방안내소 있는 곳에만 화장실이 있는데 이곳에서 꼭 화장실을 가야 한다. 숲에는 화장실이 없다. 화장실은 마치 기차 안 화장실 같았다. 화장실까지 다녀와서 준비를 마치면, 이제 숲을 향해 출발한다.


한남 연구림을 꼭 오려했던 이유.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삼나무숲이 있는 곳.>

삼나무전시림

그곳을 향해 걸었다.


우린 삼나무전시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로 정했다.

(가장 짧은 길, 가장 편한 길로 목걸이 지도에 표시된 숫자로는 1→2→3→4로 갔다가 되돌아오기.) 소요시간은 대략 2시간쯤이었다.

2시가 마지막 입산시간이고 5시가 꼭 나와야 하는 하산시간이므로 적당한 소요시간이었다.

삼나무전시림으로 뻗은 숲은 걷기 편하고 넓고 고즈넉한 길이었다. 내려올 때 보니 직원들 차가 다니는 길이었다. 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편평하고 완만하고 넓은 길이었다. 중간중간 흙이 밀리지 말라는 건지 고무로 된 방지턱 같은 게 있다. 거기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할 것.


등산로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숲길이 아니라 오솔길 같은 편안한 곳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주 깊은 숲을 걷고 있기에 피톤치드 덕분인지, 나무 덕분인지,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우리 가족은 올라가는 길엔 다른 사람들을 거의 마주치지 않았는데, 조용하고 고즈넉해서 더 좋았다. 삼나무전시림에서 다른 단체팀을 만났고, 다시 내려오는 길에는 다들 갈라져 아무도 마주치지 않고 숲을 내려왔다.

마치 우리만을 위한 숲 같았다.


그렇게 숲길만으로 너무 충분히 좋은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삼나무전시림에 도착한다.

삼나무전시림에 도착하는 순간 "우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삼나무전시림 탐방로는 나무데크로 잘 포장되어 있다. 나무데크로 천천히 돌아볼 수 있다.


이곳에 가면 우리 모두가 작아진다.


그렇게 삼나무나라에 도착한 난쟁이는

연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어보지만

눈에 담긴 멋진 풍광이 화면에 제대로 담아지지가 않는다.


저기 사진 속 한 귀퉁이 저 끝에 엄마가 서있다.


삼나무나라에 난쟁이들은 크기만 작을 뿐 아니라, 나이에 있어서도 우린 한낱 어린아이 일 뿐이었다.


1933년 일본에서 가져온 종자로 양묘 한 유묘로 조성했다는 이곳은

제주도에 남아있는 삼나무 숲 중 가장 오래된 숲이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그 크기가 크고,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있는데

평균 수고가 28m라고 한다.

(삼나무 전시림 입구에 있던 안내판을 참조했습니다.)


거대한 삼나무나라.

그리고 그곳에 떨어진 난쟁이들.


삼나무전시림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아무리 이곳저곳을 찍어보아도

삼나무의 웅장함은 도저히 사진으로 찍히지가 않았다.


한 바퀴, 두 바퀴...

더 돌아보고 싶은 아쉬움을 남겨둔 채

우린 왔던 길로 다시 내려왔다.

가는 길, 오는 길도 물론 좋았지만

삼나무 전시림은

완전히 나를 압도했다.



마지막 날 예약해서

다시 한번 더 못 온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아쉬움이 남았으니

다음에 꼭 다시 예약해서 가야지.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내려왔다.


한림시험림을 한림10험림이라고 쓴 :) 동생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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