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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발 Jun 16. 2020

장 콕토가 부릅니다, 내 귀는 소라 껍데기

바닷소리를 그리워한다

찌뿌둥한 몸을 토닥토닥 달래고는 아침마다 요가를 하고 있다.

티브이로 유튜브 동영상을 검색해 틀어놓고 따라 하는 게 고작이지만 그 30분 사이에도 땀방울이 주르륵 온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힘을 쭉 뺀 몸을 물에 담그고 싶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수영하기 좋은 더운 나라로 여행 갈 텐데. 집 근처에 있는 수영장은 문을 닫은 지 오래. 아, 올여름은 어떻게 나야 하나. 추운 겨울이 닥쳐오면 이제 스키를 탈 수 있겠노라고, 또 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이제 자주 수영하러 나가야겠다고 낙천을 부리는 사람이건만. 올해는 몇 번이고 황망한 기분에 사로잡혀 울적해지곤 한다.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요가는 나 같은 야매 수련인에게는 말짱 헛것인가 보다.




언제부터인가 여행하며 사진 찍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잘 찍어봐야 두 눈으로 마주하는 풍광만큼 좋은 사진은 찍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덕분이다. 뷰파인더 프레임에 시선을 가두기가 아까워, 그저 그 순간에 애정을 담아 바라보기로 작심했다. 기억을 추억으로 담을 만큼만 사진으로 남긴다. 대신 소리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사진보다는 소리가 더 입체적이다. 플레이 버튼만 누르면 그때 그 공기와 기분을 온전히 재생할 수 있다.



십리포 해변. 왼쪽에 보이는 희끗한 굴 껍데기가 밀물과 썰물에 이끌리며 이리저리 구르는 소리가 경쾌하다. (c) 2020. 아이후(ihoo) all rights reserved.



작은 시골 마을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 곳에서는 느리게 걷고 찬찬히 둘러보고 여유롭게 머문다. 횡단보도에서 만난 할머니는 돌고래 장식이 붙은 우스꽝스러운 내 슬리퍼가 귀엽다고 칭찬을 늘어놓는다. 작은 식당에 앉아 볶은 면요리를 먹으며 맛있다고 말을 붙이면, 우리 아빠가 요리한 거야, 하고 카운터를 보던 어린 여자애가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우리는 이런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감각과 감정을 공유한다. 낯선 언어를 주고받느라 서로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시골 마을에서는, 매번 소란스럽게 격정을 달리며 쉽게 피로해지는 도시 생활을 견디게 하는 힘을 양손 가득 얻어올 수 있다.


바다를 낀 작은 시골 마을 여행은 더 좋아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쪼글쪼글해질 때까지 오래도록 물에 몸을 담그고 물고기 떼를 쫓아다니며 하루 종일을 보낼 수도 있다. 태양이 가장 높게 떠오르는 한낮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펄럭이는 소재로 만든 옷을 입고 바닷바람에 나부끼며 차가운 커피나 망고주스를 마신다. 옛날 팝송이 파도를 두드려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잘 기억나지 않는 가사를 얼버무리며 흥얼거리다 보면 느낄 수 있다. 아, 내가 이렇게 살아있구나!

우리가 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생기기 전부터 물에 안겨 있던 기억 때문이라고 한다. 바다가 몸을 품어줄 때의 그 아늑함이란!

 


베트남 호이안 안방 해변. 카펜터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c) 2020. 아이후(ihoo) all rights reserved.


 

작년 여름. 퇴사를 기념해 베트남엘 다녀왔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만 파고들며 후끈하게 땅을 달구는 태양과 마주하곤 했다. 유독 지치는 일이 많았고, 그래서 더 자주 쉬며 여행했다. 안방 해변의 그 카페는 망고주스만큼, 코코넛 커피만큼 달았다. 몇 미터 떨어진 테이블에는 두 아이와 엄마 아빠가 구명조끼를 입고 금방이라도 해변에 뛰어들 것처럼 신나게 이야기했다. 바람에 흩어지는 머리칼을 하나로 모아 묶고 오래도록 그 장면에 녹아들었다. 이 녹음파일을 열면 언제고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




사바 아사나(Shava-asana, 요가할 때의 송장 자세로 몸과 마음을 쉬며 안정시켜준다고 한다). 몸을 누이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가시길 바라며.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Joaquín Sorolla)의 <발렌시아 해변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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