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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노트-12> 함께하는 애도의 힘

상실에 압도되어 침잠하지 않게, 원하는 것을 구명환 삼아 붙잡으세요.

by 기린언니 Jan 12. 2025

지난 한 달, 믿기 힘든 상실과 믿고 싶지 않은 부조리가 교차했습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이 어떠신지 궁금하고, 연결노트를 통해 함께 돌보고 싶습니다. 오늘 주제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상실의 순간을 비폭력대화로 함께 애도하 기입니다.


애도, 죽음이나 상실을 슬퍼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그저 슬퍼하는 걸까? 어떤 방법이나 가이드라인은 없을까요? 비폭력대화의 네 가지 요소인 관찰과 느낌, 욕구, 부탁은 애도에도 유효합니다.


#1. 관찰

우선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간명히 정리해 봅니다. 흔히 정보를 많이 취합하고 스토리를 자세히 알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원하는 것과 연결되는 데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합니다. 때론 애도하고 싶은 존재나 사건을 가리키는 단어, 한 두 문장이면 충분해요.


#2. 느낌

그 한 단어나 문장을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드나요? 그저 슬프다, 안타깝다 대신 더 세밀하게 찾아보세요.

무기력한가요, 낙담되나요. 환멸스러운가요? 체념했나요? 냉소적이 되나요? 암울한가요? 막막한가요? 비탄에 빠졌나요? 마음이 무거운가요? 찢어지는 듯 아픈가요? 지긋지긋한가요? 허탈한가요? 간절한가요? 침잠하나요? 애끓듯이 비통한가요?

브런치 글 이미지 1


이 시간을 충분히 가져 주세요. 뉴스나 동영상을 보며 머리에서 맴돌았다면, 잠시 멈추고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시끄러운 외부의 볼륨을 줄여야 비로소 내면의 외침이 들립니다.


#3. 욕구

충분히 마음과 연결했다면 그 느낌이 주는 신호를 따라가 볼게요. 무엇을 원하나요? 우리가 상실한 존재가 그간 채워줬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말로 소리 내어 표현해 보세요.

상식과 신뢰와 진정성을 원합니다.
효능감을 느끼며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살부비며 웃고 먹고 떠드는 일상이 이어지길 원합니다.
평화와 안전을 원합니다.

이 욕구 안에 충분히 머물러볼까요? 그 욕구들을 충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4. 부탁

떠오르는 부탁을 적어봅니다. 나 자신에게 하는 부탁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얼굴이 그려진다면 그들에게 말로 건넬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이고 긍정적으로 하길 권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선명한 문장으로 뾰족하게 다듬어 보세요.


그 행동을 실제로 옮겨보는 상상을 해 보세요. 무언가를 신청하거나 참여하는 것, 뭐든 좋습니다.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 옆 사람을 꼭 안아주는 것처럼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즉시 해도 좋습니다.


무기력하게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때와 어떻게 다른가요? 지금 당신의 표정과 몸의 근육들은 어떤가요? 호흡은요? 가능하다면 이 과정을 '함께'하길 권합니다. 온라인으로도 좋고, 안전한 가족이나 지인들과 만나서 하면 더 좋겠습니다. 


충분히 슬퍼하고, 함께 애도합시다. 상실에 압도되어 침잠하지 않게, 원하는 것을 구명환 삼아 붙잡으세요. 비폭력으로 무장하고 서로 연결되세요. 저희도 여러분의 손을 꼭 잡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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