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걸음, 몰라서 미안해

by 이진희

귀가 서기를 기다렸다. 믹스견, 흔히 말하는 똥개와 진돗개는 귀가 서냐 안 서냐로 구분한다고 한다. 다 커도 귀가 반쯤 접혀있으면 영락없는 믹스견이다. 순혈주의 같은 건 없었지만 모양새는 선 쪽이 좋았다. 어차피 똘복이는 진도가 아닌 파주 출신이었다. 그래도 귀는 섰으면 했다.


다행히 오 개월 즈음 귀가 완전히 펴졌다. 풍채도 어른스러워졌다. 슬슬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나를 보면 번쩍 몸을 일으켜 내 배에 발자국을 찍었다. 아침에 그런 일이 생기면 옷을 갈아입느라 지각을 하기도 했고, 시간이 안 되면 그냥 툭툭 털고 출근했다. 마당에 풀어놓으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산책 중에 유달리 배수구를 무서워했다. 잘 가다가도 배수구만 보이면 멀찍이 멈춰 섰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참새나 곤충을 잡아서 현관에 갖다 놓는 일이었다. 나는 매번 깜짝 놀라 방방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는 수의사 분께 묻고 책과 동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당시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같은 프로그램도 없어서 독학하거나 수의사 분께 전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알면 알수록 똘복이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우선 아침저녁으로 뒷산에 갔다. 맘껏 달리고 냄새를 맡게 했다. 적어도 하루에 한두 번은 그 녀석보다 빨리 뛰었다. 보호자인 내가 자기보다 우위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제야 앞발로 내 몸 곳곳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마당을 미친 듯이 돌지도 않았다. 그제야 알았다. 이 녀석은 타고나길 사냥을 좋아하는 동물이고, 지금까지 나는 녀석에게 밥 주는 신하였단 걸. 같이 뛰면서 나도 건강해지고 비로소 똘복이에게 주인대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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