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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May 21. 2021

엄마 눈물을 어떻게 참아요?

엄마도 어려워

 하루 종일 비가 말을 걸어온다. 수다가 그칠만하면 다시 말을 걸어온다. 비가 말을 걸면 우산을 쓰고 정적이 흐르면 다시 글을 쓴다.  제주는 해가 멀쩡하다가도 비가 내렸다. 특히 마를 날이 없던 봄날의 비는 여름 장마가 끝이 날 때까지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늘 축축하게 날 감싸는 습한 날씨가 싫었다. 

 어른이 되면 부모의 속박에서 벗어나 나만의 자유를 찾을 줄 알았다. 몸은 독립했지만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어린아이처럼 살았다. 일이 없어서 너무 무난한 삶이라고 심술이 나기도 했다. 드라마 같은 사연 하나는 갖고 있어야 작가가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서른 살이 넘고 마흔은 다가오고 있었다.  칼 융의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말에 이끌려 마흔이 되기 전에 그의 책을 찾아 읽었다. 미리 읽어두면 마흔의 지진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칼 융 Red Book 빨간책>엔 이런 글로 시작한다. 

" 나의 모든 인생은 무의식에서 폭발할 듯 터져 나와 수수께끼의 강물처럼 덮치며 나를 산산조각 낼 듯 겁을 주었던 것들을 해석하는 일에 바쳤다."

  면의 세계에 영혼을 찾아 나선 그의 시선은 금방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융 심리학을 기반으로 새롭게 해석된 심리학 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로버트 존슨의 <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엔 영혼이 아닌 그림자라는 표현을 한다.

 억눌려 있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그림자'라고 했다.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에게 말을 걸어 온전한 나를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을 다 읽을 때 까지도 역시나 내겐 아무런 문제도 없고, 마음속에서 지진이 날 일도 없다고 믿었었다.


 장난처럼 그림 한 장을 그리기 전까지 말이. 바로 비 오는 날의 자신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무슨 테스트인 줄 모르고 시키는 대로 그렸다. 먼저 종이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을 그렸다. 그리고 내 앞엔 수국나무 꽃이 가득 핀 모습이었다. 비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림은 스트레스와 우울감 정도를 알기 위한 심리검사였다.

 비의 양은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 정도였고, 비를 가리는 우산이나 도구들은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도구를 말한다.

내 그림엔 비가 내리는데 우산을 쓰지도 그리지도 않았다. 비는 종이 가득 채워 넣었다. 게다가 눈을 감고 있다는 건 나에게 쏟아지는 힘든 상황을 아무런 방어막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빗물이 얼굴에 은 걸 그렸는데  다시 그림을 보니 내가 우는 듯 보였다. 가 모르는 내 그림자는 울고 있었나 보다, 그나마 눈앞에 핀 수국 꽃을 보며 위안을 삼는 듯했다.


빗속의 꽃들(패랭이꽃, 메꽃)@songyiflower

 우는 건 어려서부터 일상이었다. 그냥 눈물이 났다. 할머니 집에 들렀다가 돌아갈 때도 눈물이 나고, 누군가 살갑게 챙겨주는 말 한마디에도 눈물이 났다. 소설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고, 드라마를 보면 슬픈 장면이 나오기도 전에 울기 시작했다. 좀 크고 나선 누가 화만 내도 눈물부터 났다. 울다 보면 이미 게임은 끝난다. 할 말을 하지도 못하고 또 억울해서 울었다. 엄마가 되니 더 많은 핑계로 눈물이 났다.

 

 아이가 툭하면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고민이다.

 "엄마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 눈물부터 나! 엄마는 눈물을 어떻게 참아요?"

 "엄마가 울보라서 너도 그런가?" 아이에게 말을 했지만 시큰둥하다. 막상 아이가 울기부터 하면 그만 그치라며 몰아세우게 된다. 지나고 보면 아이가 우는 것이 뭐 이상한 일도 아니다.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표현이 서투른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몸으로 표현한다. 알면서도 우는 아이를 달래는 건 참 어렵다.


 자려고 누웠는데 차분한 목소리로 아이가 묻는다.

"엄마, 사람은 왜 는 거예요? 내가 왜 태어난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이가 고민한 듯 진지한 말에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그건 나도 아직 그 질문에 답을 구하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이었고, 또 아이가 벌써 세상을 받아들이고 나갈 궁리를 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그리고 친구들 사이에서 순진하기만 한 아이 같았는데 말이다. 멋진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대신 내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보려 해. 엄마도 왜 태어난 건지 답을 못 찾았거든. 래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도움이 되더라.

아이는 하는 답을 얻지 못한 듯했지만 그래도 대답해준 엄마 성의 알아주는 것 같았다. 사실은 아이에게 솔직 말하고 싶었다.

'엄마가 되어도 눈물을 참는 건 어렵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계속 공부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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