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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쌍 Nov 07. 2021

가을 당근은 무와 막상막하였다

당근 수확

  텃밭을 하게 되면 당근을 키워보고 싶었다. 언젠가 솜씨 좋은 텃밭 주인 사진집을 본 적이 있다. 쁘게 잘 자란  당근을 수북게 담아놓은 사진이 근사해 보였다. 책 속에선 그녀가 수확한 당근은 주스와 당근 케이크로 만들어졌다. 그녀처럼 요리는 못하지만, 도 그런 당근 사진을 갖고 싶었었나 보다.

 주에선 근이 흔했다. 봄보다는 가을 당근이 달고, 향긋해서 맛도 좋다. 을에 수확을 하면 겨울 내내 두고 먹을  작정이었다. 게 상하지 않아 래 두고 먹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다행히 맛 좋은 제주 당근 씨앗을 구했다. 은 종자를 구했으니 기대가 컸다. 봄 파종시기는 놓쳤지만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었다. 가을 당근을 먹기 위해서 여름 장마가 끝이 나자 밭에 씨앗을 넉넉히 심었다.

  

 마트에서 산 당근을 종종 윗부분을 버리지 않고 물에 담가 두었다. 그럼 잎이 잘린 둥근 주변에 싹이 올라와 화초처럼 주방을 싱그럽게 해 주. 그래서인지 당근 키우기 쉬운 줄 알았다.  


 1) 당근 키우기는 고급 과정이다 

 당근은 주로 씨앗으로 파종 한다. 여름 장마가 끝나는 7월에서 8월 초에 주로 심는데 생각보다 발아율이 높지 않다. 좀처럼 싹이 올라오지 않아, 씨앗을 여러 번 뿌려야 했다.  심씨앗에서 올라온 싹은 달랑 하나였다. 앗을 두 번 더 심어서야 겨우 싹이 여러 개 올라왔다. 당근 수확도 기대 이하였다. 처절한 결과물에 반성을 해야 했다. 열무 씨앗이 발아율이 99%라면 당근은 1%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2) 당근은 직접파종이 아닌 모종 심기를 하자

 한여름에 씨앗을 심었지만 싹은 금방 자라지 않았다. 심은지 한 달이 다된  잎이 길어졌다. 싹이 몇 개 안되니 솎아내기는 할 필요도 없었다. 붙어서 난 싹은 간격을 두고 다시 심어 주었다. 차라리 모종판에 씨앗을 발아시키고, 모종으로 키운 후에 텃밭으로 옮겨주는 것이 나을 듯했다. 근을 다시 키운다면 꼭 모종으로 심어 키울 것이다.


3) 최장 수확 작물이었다

 종마다 다르긴 하지만 근은 파종하고 90일 가까이 기다려야 수확할 수 있다. 당근 싹은 나물로도 먹을 수 있는데, 발아가 안되니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7월 하순에 심은 당근 11월에 수확했으니 텃밭에서 가장 오래 기다린 수확물이었다. 그래서인지 초보 농부가 키우기 어려운 작물처럼 느껴졌다.


당근수확은 단촐했다
작은 당근은 먹을 만큼도 자라지 못했다

 당근 수확은 충격적이었다. 달랑 하나가 다였다. 그런데 유일하게 잘 자란 당근은 지금 까지 본 것 중에 가장 컸다. 같이 뽑아온 무와 길이가 똑같았다. 굵기는 무가 압도적이었지만, 당근도 만만치 않았다. 인삼처럼 다리가 갈라진 모양이었다. 당근 잎 자르지 않고 집으로 들고 왔다. 보송보송한 잎을 만질 때마다 당근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양껏 먹지는 못하겠지만, 요리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다가 밭에 제주 당근을 수확할 수 있었으니, 그것으로도 감사했다. 

 지난번에 수확한 무로 무생채를 만들었는데, 아삭아삭 연하고 단맛이 강해 아이들도 잘 먹었다. 무 하나를 다 무쳤는데 무생채는 금방 사라져 버렸다. 떨어진 무생채를 다시 만들려고, 무청을 잘랐는데 '아차' 싶었다.

 급한 마음에 무생채를 만들 생각만 했었나 보다. 근과 커플 사진 한 장 남겨둘 생각을 못했다.


 무와 당근을 나란히 꽂아 두었다. 무는 무청이 없어 허전했지만, 당근 잎이 대신 우산처럼 씌워 주었다. 그러고 보니 당근 키우키는 기대가 큰 것이 문제였나 보다.

 초보 텃밭 주인은 솜씨도 없는데, 히려 야무지게 큰 당근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착한 텃밭이 준 커다란 당근 보고 있으니 배가 불렀다. 그러고 보니 내가 키운 가을 당근은 무와 막상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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