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해질 날이 올까

침묵

by 무쌍

하루 종인 눈보라를 구경했다.


겨울의 침묵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 듯 하루 종일 눈이 내렸다. 입을 다물고 고요한 시간을 가지라는 듯 말이다. 나의 입에서 말들을 빼앗아 가듯, 큰 창 너머 보이는 눈보라가 나를 책망하듯 느껴졌다.


지금 나는 침묵이 필요하다. 그리고 침묵의 세계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나 자신일 것이다.

나서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세월이 알려주었다. 그러니 지금은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새로운 배움이 낫다는 걸 책이 알려주었다.
침묵의 세계는 곧바로 나를 관통하는 가장 익숙하고 가까운 세계였다. 침묵을 하기엔 독서만한 것도 없다.


오늘날 농부 만이 침묵의 평야를 가지고 있다는 문장을 책에서 발견하고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자연에서 숙연해지는 시간을 나도 어렴풋이 어린 시절 겪어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괴테의 글을 다시 필사했다.


언젠가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내부의 빛이 나와 우리에게는 이제 다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게 되는 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괴테


작가들이 남겨둔 조언들을 찾아 내는 일은 늘 즐겁다.

침묵에 대한 글은 입을 더 굳게 다물게 했다. 머릿속엔 더 시끄러운 대화들이 오갔다. 책을 따라서 읽다 보니 밑줄을 긋고 싶은 것들이 계속 연이어 나타났다.

어딜 가서도 말이 많은 사람은 대접받기보다는 경솔하고 지식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기 쉽다. 나이 들면서 말을 많이 한 날은 더 깊은 구멍을 판 듯 여겨졌다. 말을 할수록 뇌에서 도파민이 나온다는 한 학자의 강의를 듣고 나니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중독처럼 느꼈다. 말은 하는 것보다 안 하는 편이 더 유용하다는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말이 끝나는 곳에서 침묵은 시작된다. 글쓰기는 깊은 침묵에서 나왔다.

언제면 머릿속이 고요해질까. 조용해질 날은 올까. 더 백발이 되어도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글쓰기는 항상 어렵지만 늘 최상의 자유 느끼게 해 준다. 수십 번 고쳐 쓸 수 있으니, 글쓰기가 더 좋아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글로 쓰고 나면 책임을 소재는 확실해지지만, 있는 그대로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귀찮아지고 따분해져도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은 그날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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