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_358일전
제목: 휴직한 너와 외출한 나_둘만의 피크닉
일하는 곳이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삭막하다 느껴진다.
아파트 브랜드 이름만 있고 개성은 없어 보인다.
고급스러움은 컨셉이 되고, 우아함은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삭막한 공간에 한 사람의 일터가 있고, 또 한 사람의 보금자리가 있다.
그 둘은 바쁘고 해야 할 일에서 잠시 벗어나
모처럼 날씨 좋은 봄날에 점심을 함께하기로 했다.
맛있는 맛집을 찾지 않고, 자연 속 맛집에 파고들었다.
포장한 도시락, 손수 만든 샌드위치, 아침에 후다닥 만든 김밥, 아기자기한 과일 도시락
물티슈와 물과 제주도산 천혜향에 취한다.
건강하고, 푸짐하고, 따뜻하면서 시원한 둘만의 한 상이 차려졌다.
나무가 병풍이고 새들이 노래한다. 바람과 함께 날아온 봄꽃 향기에 좋아 쓰러질 것 같다.
올해 휴직해서 쉬지 않고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원 없이 하는 상대방을 보면서
부럽다 생각하지만 배 안 아프고 즐겁게 응원한다.
쉼과 자기 주도적 바쁨은 사람을 활기차게 만든다는 것을 그녀를 보고 확인했다.
아무리 좋아도 바쁜 것은 정답이 아닐지도 모르니 하고 싶다고 다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었다.
헤어질 시간은 좋은 시간을 보낼수록 잔인하게 다가온다.
대략 한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온종일 만난 것보다 꽉 찼다.
오늘 점심시간 외출은 어디 멀리 나갔다 온 것처럼 묵직하게 알찬 시간이었다.
너와 나 우리는
거울처럼 서로 응원했다.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벌려놓은 일들로 혼란스러울 때 만나서 그런지 힘이 되었다.
나의 일부만 보고도 나의 전부를 칭찬해줘서 민망하지만, 에너지가 생겼다.
고민을 내어놓고 혼란스러움을 말로 표현하는 것만으로
고민이 덜어지고,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작업할 자신감도 생기고, 느긋하게 즐길 여유도 얻었다.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
오늘의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