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급 발표가 있던 날
오늘은 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소령 진급발표가 있었던 날입니다
결과는 당연히 안 되었습니다
물론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슬퍼지도 우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분은 매우 묘했던 하루 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ROTC 후보생이 되겠다고 시험을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때 ROTC 시험을 보면서
동시에 군장학생(군에서 학비를 지원해주는 제도) 시험도 같이 보았는데
경쟁률이 매우 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7:1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보였는데
당시에 많은 간부님들은 매우 높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당하게 붙었고 그렇게 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군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장기면접을 보았을 때
그 때도 다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대상자는 엄청 많은데 단 4명만 뽑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쉽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일에 휴가를 내고 집에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동기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축하한다! 장기 되었네
생각지도 못한 축하 전화에
잠시 차를 멈추고 멍해있었습니다
그렇게 제 군 생활의 마지막 행운은 다했습니다
그 이후 행운 보다는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남들 잘 때 조금 더 생각하고
남들 놀 때 조금 더 일하고
남들 쉴 때 조금 더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스스로의 업무 능력은
처음 임관을 했을 때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또한 남들이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GOP 정훈장교 하면서 각종 작전도 해보고
부사관학교에서는 많은 교육생을 가르켜보고
동상도 세우고
전국에 몇개 없는 국립박물관도 세워보고
진짜 신기한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 부족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남들이 말하기 싫어하는 것을 굳이 들춰서 말했고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것을 굳이 하겠다고 나섰던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나보다 높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많이 못해주었던 것
대학원을 같이 다닌 친했던 형이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너무 모나게 살지 말고
둥글둥글하게 사는 게 어떨까?
군이든 사회이든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집단이니까
그런데 너의 스타일 상 그게 고치면 힘들면
그냥 지금처럼 가라고
그런데 너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길 바랄게
참으로 와닿는 조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둥글둥글 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나의 스타일을 인정해준 형님의 말 한미디가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약 8년의 군 생활을 하다보니
업무에서만큼은 매우 커칠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진심을 아는 사람만 남은 것 같고
위에서는 은근히 눈치주기에 당연히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소령 진급 대상자가 되어 봤으니
더 이상의 여운도 후회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맘 편하게 군복을 벗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동기들이 더욱 성장해서
군을 발전시키길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