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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섭 Jul 02. 2018

처음이자 마지막

진급 발표가 있던 날

오늘은 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소령 진급발표가 있었던 날입니다

결과는 당연히 안 되었습니다

물론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슬퍼지도 우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분은 매우 묘했던 하루 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ROTC 후보생이 되겠다고 시험을 보았을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때 ROTC 시험을 보면서

동시에 군장학생(군에서 학비를 지원해주는 제도) 시험도 같이 보았는데

경쟁률이 매우 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17:1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아보였는데

당시에 많은 간부님들은 매우 높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당당하게 붙었고 그렇게 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군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장기면접을 보았을 때

그 때도 다들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대상자는 엄청 많은데 단 4명만 뽑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쉽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일에 휴가를 내고 집에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동기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축하한다! 장기 되었네


생각지도 못한 축하 전화에 

잠시 차를 멈추고 멍해있었습니다


그렇게 제 군 생활의 마지막 행운은 다했습니다




그 이후 행운 보다는 오직 실력으로 승부를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남들 잘 때 조금 더 생각하고

남들 놀 때 조금 더 일하고

남들 쉴 때 조금 더 고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스스로의 업무 능력은

처음 임관을 했을 때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또한 남들이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GOP 정훈장교 하면서 각종 작전도 해보고

부사관학교에서는 많은 교육생을 가르켜보고

동상도 세우고

전국에 몇개 없는 국립박물관도 세워보고

진짜 신기한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 부족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남들이 말하기 싫어하는 것을 굳이 들춰서 말했고

남들이 어렵다고 하는 것을 굳이 하겠다고 나섰던 것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특히 나보다 높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많이 못해주었던 것


대학원을 같이 다닌 친했던 형이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너무 모나게 살지 말고

둥글둥글하게 사는 게 어떨까?

군이든 사회이든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집단이니까

그런데 너의 스타일 상 그게 고치면 힘들면

그냥 지금처럼 가라고

그런데 너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길 바랄게


참으로 와닿는 조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둥글둥글 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나의 스타일을 인정해준 형님의 말 한미디가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약 8년의 군 생활을 하다보니

업무에서만큼은 매우 커칠어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진심을 아는 사람만 남은 것 같고

위에서는 은근히 눈치주기에 당연히 안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소령 진급 대상자가 되어 봤으니

더 이상의 여운도 후회도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맘 편하게 군복을 벗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동기들이 더욱 성장해서

군을 발전시키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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