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씨의 일기
먼 길 떠나던 군상들이
의자에 몰려 앉아 가쁜 숨을 고른다
서로의 몸에 서로를 포개고 앉아
온기를 나눈다
어서 가자고, 바람이 길을 재촉해도
뭉그적 대는 가을
조금만 더 있다 가겠다며 스크럼을 짜고 버팅긴다
'우리가 차가운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며'
겨울이 백설기를 한 상 차려 다독거린다
그제야 미적미적 일어서는데 벌써
날이 저물어버렸다.
감나무가 걱정스러운지 길목마다
등불을 내걸어주었는데
초승달이 환한 홍등빛이 너무 밝아 자꾸만 별들을 밟는다고 눈 내려 뜨며 투덜대자 겨울이 등불마다 하얀 갓을 씌어주었다
느그적 대던 가을이 불빛을 밟으며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