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날아든 가윗 날에 싹둑,
몸의 일부가 잘려나간 후
한순간 몽둥가리가 되어버린 몸뚱이로
통증의 계절을 견뎌야 했다
쓸모없이 버려진 그루터기처럼
죽은 것만 같았던 시간들,
아무리 숨을 들이켜도 숨은,
상처 난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다
짧아진 호흡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간신히 연명을 이어가고 있을 때
장맛비가 다가와 보듬어 주었고
햇살이 수시로 내려앉아 입김을 불어주었다.
고통의 삶도 살아 있는 시간이라고
꾸덕꾸덕 말라붙은 진물 딱정이들이
상처의 구멍을 막았다
호흡이 안정되자
나는 죽음보다 더 죽음 같았던 시간의 기억들을
필사적으로 밀어냈다
절뚝 걸음으로 시간을 건너고 건너 다다른
안과 밖의 경계,
조심스럽게 밖을 향해 문을 열었던 것인데,
검붉게 피멍 든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던 것인데,
아! 어느새 계절은
바람의 온도를 바꿔놓았구나.
봄부터 여름까지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던 장미가
휴식기간을 갖는 듯 조용하길래 싹둑,
단발머리로 잘라놓았었는데
시절도 잊은 채 다시 꽃을 피웠다.
나는 처음부터 꽃이었으니 끝까지
꽃이어야 한다는 듯 눈 속에서도 고고하다.
자화상을 보는 듯 맘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