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쉬어가는 날
오늘 하루 내 글 쓰기 연재를 쉬고 TV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은 작은 메시지를 함께 나눠보려 한다.
'지구는 엄마다'는 프로그램은 인도네시아 섬 발리에서 1년에 한 번 지구를 위해 불 안 켜고, 일 안 하고, 이동하지 않고, 금식하는 하루인 침묵의 날 녜피'(Nyepi)라는 프로그램이다.
'내 엄마 지구의 시간' 이부쿠'(IBuku)를 맞이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는 채널A 에서 10주년 프라임 다큐로, 김해영 감독이 2018년부터 4년간 1000일 동안 발리에서 녜피에 대해 취재한 기록을 담은 다큐 영상이다.
인도네시아 발리 사람들에게
1년이 며칠이냐고 물으면 364일이라는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온단다.
1년 중 하루는 모든 것이 멈추는 날이기 때문에
365일 중 하루를 뺀다고 했다.
'녜피(Nyepi·바른 표기는 녀피)’라 불리는 이날은 힌두교력의 새해 첫날(3월 중 유동적)로
섬 전체의 모든 불이 꺼지고 통행이 금지되며
사람들도 외출할 수 없는 침묵의 시간이란다.
발리인은 물론 관광객들도 예외 없이
녜피에는 네 가지 수칙을 반드시 따라야 한단다.
불도 켜지 말 것, 일하지 말 것, 이동하지 말 것,
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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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피는 발리의 바다와 하늘이 쉬는 날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인터넷이 끊기고 외출도 할 수 없는, '자가격리’ 상태의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할 기회를 갖는다.
김해영 감독이 발리를 방문했을 때
녜피에 호텔 방에서 우연히 하늘을 봤는데
까만 도화지에 설탕 가루를 뿌려놓은 것같이
별이 빼곡하더란다.
김 작가는 “하루를 쉰다고 해서 지구가 말끔히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녜피는 인간이 하루 동안 자신을 정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1년 중 하루 동안 명상을 하며 나를 만나는 것”이라며 “코로나19는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경고라 했다. 그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녜피가 될 수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당신의 녜피를 찾으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박영석 대장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잠 좀 자자, 잠을 자야 꿈을 꾸지’라는 말을 하였단다. 그런데 발리에서 만난 사제도 똑같이'쉬어야 합니다' 그래야 꿈을 꿉니다’라고 하더라며 '녜피'는 꿈꾸기 위한 준비 단계다라고 말했단다.
'지구는 엄마다'가 방영되던 같은 시간 대에
EBS 채널에서는 '왔다 내 손주'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국제결혼을 한 커풀이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인 모국을 찾아와 말 안 통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좌충우돌 부딪히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몇 년 만에 친정을 찾아와서 아이들을 친정부모님께 맡겨놓고 모처럼 딱 '하루' 휴가를 즐기며 '쉼'을 얻는 아기엄마의 삶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채널을 돌려가며 보다 보니 우연일까?
'에베레스트 캠프'에서 김혜영감독이 '잠을 자야 꿈을 꾸지'라는 내용과 '지구는 엄마다'에서 녜피는 인간이 하루 동안 '쉬면서' 자신을 정화한다는 내용이 겹쳐지고, 아이들을 부모님께 맡겨놓고 '쉼'을 얻는 아기엄마의 고달픈 삶이 겹쳐졌다.
지구도
인간의 머릿속도,
육아에 시달리고 있던 젊은 엄마도
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모든 피조물들은 모두 꿈꿀 수 있는 시간의 '쉼'과 공간의 '쉼'이 있어야 모든 것이 다시 회복이 되고 순환되어 원활해진다는 진리를 말하는 듯 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지구는 엄마다' 2부 이부쿠 편은 7월 3일 오후 9시 50분에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