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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영 Nov 18. 2022

포도씨를 삼켰어



포도를 먹다 

엄마가 불러서 그만

포도씨를 삼키고 말았다

큰일났다

포도씨가 뱃속에서 

싹이 나서 잎이 나서 자라면

나도 포도나무가 되고 말 텐데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면

우리반 친구들 우르르 몰려 올 텐데


라이벌 예림이는

내가 못생겨졌다고 고소해할 텐데

나는 포도는 먹지도 못하고

몽땅 나눠줘야 할 텐데


나랑 친한 영화는 잘 익은 송이를 주고

내 그림 보고 이상하다 했던 

빈이는 덜 익은 포도 줘야지

포도가 하나도 안 남으면 어쩌지

아무도 놀러오지 않을 텐데 어쩌지

으악 큰일났다

엄마 포도씨를 삼켰어

포도나무 되기 싫어 

뱃속에서 꾸루룩 

싹이 나는 소리가 들려 


얘는 무슨 맛있는 포도 먹고 

계란방귀 뀌는 소리 하니  

똥 누면 다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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