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by writing
C.S.Lewis
해변으로 떠밀려 온 운동화에
맨발을 넣어 본 적 있었다
개구리를 만져 보면
내 살과 먼 살맛이 느껴지듯
운동화는 체온 잃은 몸처럼
무겁고 서늘했다
바다를 떠돌다 온 신발을 신어 보는 일은
이미 소멸한 사람이 보내온 기별에
밤새 답장을 쓰는 일
절름거리며 따라오던 발목이 무거워
운동화를 벗어 주고 돌아왔지만
봄비 오는 광화문광장 아스팔트 위를
젖은 운동화 한 짝이 나를 신고
절름절름 걸어간다
2003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