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일영 Nov 18. 2022

젖은 운동화를 신고




해변으로 떠밀려 온 운동화에 

맨발을 넣어 본 적 있었다


개구리를 만져 보면

내 살과 먼 살맛이 느껴지듯

운동화는 체온 잃은 몸처럼 

무겁고 서늘했다


바다를 떠돌다 온 신발을 신어 보는 일은

이미 소멸한 사람이 보내온 기별에 

밤새 답장을 쓰는 일


절름거리며 따라오던 발목이 무거워 

운동화를 벗어 주고 돌아왔지만

봄비 오는 광화문광장 아스팔트 위를


젖은 운동화 한 짝이 나를 신고 

절름절름 걸어간다


이전 01화 명자가 돌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