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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영 Nov 18. 2022

머리를 빗기며


 


창틈으로 겨울이 스며드는 

아직 침침한 아침

빗을 가져와 

술이 덜 깬 내 앞에 앉은 어린 것


아빠 있잖아

꿈에서 있잖아 

아줌마인데 

애기 귀신

하고 

친구하고 놀았다


아줌마면 아줌마지 애기 귀신은 뭐야?


응 아줌만데 있잖아

아기처럼 작은 귀신이야

나랑 재미있게 놀아 줬어


상처도 두려움도 아직 배우지 않은 

꿈은 신비롭다

오늘 하루 펼쳐질 너의 조잘대는 하루를 생각하면

일생이 참 아름답고 짧다


머리카락이 이토록 

길어지느라

 어린 꿈은 뒤척였겠지

엉킨 것을 풀어 주는 날이 내겐 얼마나 남았을까

여전히 풀잎 같은 너의 머리 냄새


아침마다 너는 떠나고 

하루치를 

달그닥거리다

 밤이 오면

사는 일이 침침하기만 한 내가 차릴

우리들의 저녁상은 무슨 맛일까


오늘도 꿈같을 너의 하루에 

내게 남은 일말의 선량함을 모두 모아

빗을 빗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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