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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영 Nov 18. 2022

그대라는 섬





누군가를 호명하며 경적은 울리고
 잠으로부터 밀려나 앉은 어둑한 거실에 앉아
 그대의 말을 꺼내봅니다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그 쓸쓸한 말에
 내 촛불은 아직도 흔들립니다 
 그러나 나는 그 말로 인해 

다시 태어나고 싶어졌습니다
 폭력과 모멸과 아픔의 바다를 

헤엄을 처서라도 건너
 그대라는 섬에 이르고 싶습니다
 그대의 그 말 이전에 이르러 
 찬바람 스며드는 그대의 창문을 닫겠습니다 
 내 남은 고독과 선량함을 모두 모아 
 그대의 얇은 이불 위에 덮겠습니다
 아침이 다시 온기로 채워질 때까지
 그대 곁에서 싸늘한 어둠을 밀어내는
 촛불로 흔들리고 싶습니다
 내 마지막 남은 열기를 모두 태우며 

흔들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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