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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 편지
언젠가부터 내 생일에 무관심해졌다.
특별히 갖고 싶은 선물 같은 것도 없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일상이 바빠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올해도 그냥 평소처럼 일하고 퇴근해서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었다면 평소에 거의 먹지 않는 치맥이었다는 점.
나름대로 기념일 특식(?)인 셈이다.
저녁에 아내와 그렇게 생일 기념 조촐한 식사를 하는데,
아이가 꽤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뭔가를 계속 종이에 끄적이고 있었다.
혼자 잘 노는구나.
잘 됐다 싶어 아내와 나름대로 평온한 저녁 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는데 아이가 아빠를 불렀다.
"아빠, 선물"
보니까 예쁜 편지지에 삐뚤빼뚤 쓴 편지였다.
'아빠 사랑해요, 생일 축하해요 ♡'
(심지어 '아' 자는 거꾸로 쓰여있다.)
이제 갓 한글을 조금씩 읽고 쓰기 시작한 아이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쓴 편지였다.
표현하기 힘든 감동의 순간이었다.
문득 시간이 여기서 멈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크면 이런 모습이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그래서 사람들이 둘째, 셋째를 낳는 거구나.
대부분의 힘든 육아 과정에서 한 번씩 반짝이는 순간.
이 순간을 다시 담기 위해서구나.
올해 아이로부터 받은 소중한 생일 선물은 내 마음속에 잘 보관해 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