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언어의 출처
기억은 마치 잼 병 같다. 잘 닫아두면 내용물이 잘 보존된다.
그러나 뚜껑을 오래 열지 않으면 그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를 잊어버린다.
어느 날 찬장 뒤편에서 그 것을 발견했을 때,
뚜껑을 여는 것이 무서워진다.
왠지 안에 내용물이 상해있을 것 같아서. 차마 더 오래 닫아두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다가 병이 점점 뒤로 밀려간다. 더 어두운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루이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이 그랬다.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열었을 때 나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아서.
일곱 번째 세션. 루이가 그날은 일찍 왔다. 약속보다 십 분 전이었다.
골목 끝에서 오는 모습을 내가 먼저 보았다.
걸음이 느렸다.
평소보다.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짐을 들고 오는 사람처럼
조금 더 조심스럽고, 조금 더 무거운. 아직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번엔 뭔가를 꺼낼 것 같다는 것을
어쩌면 앉은 자리에서 나는 알았다.
루이가 들어와서 앉더니, 먼저 말을 꺼냈다. 주말에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를 지나쳤다고 했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차창 밖으로 골목이 보였다고. 그 순간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고 했다.
이유는 모른다고. 그냥 창문을 더 열고 싶었다고. 바람을 더 넣고 싶었다고.
"그 동네에서 어릴 때 어떻게 지냈어요?"
"...별로 기억이 없어요."
"그래요. 기억이 없는 것도 하나의 기억이에요."
루이는 그 말을 듣고 나를 봤다. 잠깐. 그리고 다시 손을 내려다봤다.
오랫동안 침묵이 흘렀다.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케이크 반죽이 오븐에서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이런 침묵은 밀어서는 안 된다. 준비가 된 것은 스스로 나온다. 침묵도 반죽의 일부다.
루이가 말했다. 아주 천천히.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결이 있었다.
"어릴 때... 집에 다락방이 있었어요. 오래된 집이라 다락방이 있었는데.
저는 가끔 거기 올라가서 앉아 있었어요."
"왜요?"
"조용해서요. 밖이 시끄러울 때. 거기 있으면 아무도 몰랐거든요."
"밖이 시끄럽다는 게 어떤 의미예요?"
"...아버지 목소리가 클 때요."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아버지 목소리가 클 때. 그 말 안에 얼마나 오래된 것이 담겨 있는지를 나는 안다.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다. 지금도 그 아이가 어딘가에서 숨을 참고 있다는 말과 같다.
"· · ·"
루이는 이야기했다. 말이 끊기면서도 이어지면서. 아버지가 화가 나면 집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말소리가 커지기 전에 먼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고. 숨소리 같은 것, 발걸음 소리 같은 것. 그 신호를 느끼면 루이는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오빠는 자기 방으로 갔지만 루이는 방이 없었다. 자신의 방이 생기기 전까지 다락방이 루이의 방이었다.
다락방 안은 먼지 냄새가 났다. 오래된 나무와 쌓아둔 물건들 사이에 앉으면 몸이 작아지는 것 같았다. 무서운 것은 어둠이 아니었다. 밖의 소리였다. 루이는 그 안에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리를 내면 들킬 것 같아서. 들키면 그 작은 공간마저 사라질 것 같아서. 그래서 숨도 작게 쉬었다. 몸을 최대한 작게 만들었다. 거기 있지만 없는 것처럼.
어머니는 그 시간 동안 부엌에 있었다고 했다. 냄비 소리가 났다고. 무언가 끓는 냄새가 났다고. 루이는 지금도 그 냄새가 가끔 겹치듯 느껴진다고 했다. 음식 냄새 위로 덮어 그날의 공기가 얹힌다고.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 냄새를 맡으면 몸이 작아지고 싶어진다고.⁵
서 걱 ( 나무 바닥을 긁는 소리 )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오래된 것이 얼마나 정교하게 몸 안에 남는지를 생각했다. 냄새는 뇌에서 가장 오래된 기억 경로를 따른다. 다른 어떤 감각보다 빠르게 오래된 것을 꺼낸다. 어른이 된 루이가 끓는 냄새 앞에서 몸이 작아지고 싶어지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루이의 몸이, 그 시절을 아직 다락방 안에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 · ·"
"이런 거... 얘기해도 되는 거예요? 지금 와서."
"'지금 와서'라는 말이, 너무 늦었다는 뜻이에요?"
"별로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 같고.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
"지나간 일은 지나갔어요. 그런데 그 일이 만들어낸 언어는 아직 루이씨 안에 있잖아요."
" . . . "
"다락방 안에서 소리를 내지 않기로 배운 것. 그 언어가 지금도 루이씨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이에요."
루이는 한참 침묵했다. 그리고 창밖을 봤다. 이번에는 회색이 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무언가가 열린 것의 얼굴이었다. 아직 이름은 없지만, 열린 것.
발효되지 못한 빵 반죽들이 있다.
어둡고 따뜻한 곳에 놓였는데도 부풀지 않고 마치 풀이 죽어있는 반죽.
이스트가 없어서가 아니다.
온도가 맞지 않아서다.
너무 이른 나이에, 너무 낮은 온도 안에 놓인 것들은 그렇게 굳어버린다.
그러나 다시 온도를 올린다면 아직 늦지는 않았다.
어쩌면 반죽은 기다려온 것이다. 그 따뜻한 온도를.
기록: 일곱 번째 세션
루이가 오빠는 방이 있었고 자신은 없었다는 말을 할 때, 목소리에 억양이 없었다. 당연한 것처럼 말했다. 불공평하다거나 억울하다거나, 그런 감정의 결이 없었다. 억양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이야기가 얼마나 오래전에 잼 병 안에 들어가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단단하게, 소리 없이. 그 병이 아직도 여전히 찬장 그 안에 있다.
참고 문헌 · 03
⁵
Freud, S. (1920). Beyond the pleasure principle. Hogarth Press.
외상적 경험은 신체 반응과 함께 각인된다. 냄새는 편도체(amygdala)와 직접 연결된 감각으로, 다른 어떤 감각보다 오래된 감정 기억을 활성화시킨다. 루이가 끓는 냄새 앞에서 몸이 작아지고 싶어지는 것은 의식적 선택이 아니다. 몸이 저장한 기억이 자동으로 반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