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파운드 호텔
런던에서 출발하여 바스로 가는 길 중간에 저렴한 숙소를 찾았다. 올드 파운드 인(Old Pound Inn)이다. 알러(Aller)에 자리한 호텔은 영국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을 그대로 담고 있다. 거친 돌로 쌓아 올린 2층 숙소지만 오고 가는 이들에게 적잖은 힐링을 주는 곳이다. 그 힐링은 영국 전통 블랙퍼스트이기 때문이다. 호텔 후기도 맛있는 아침 잘 먹고 갑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후기가 줄을 잇는다. 호텔에 들어서는 입간판에는 매일 직접 손수 만든 식사를 대접한다는 간판이 호텔에 묵는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히다.
바로 이 호텔의 블랙 퍼스트가 유명한 이유는 호텔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손수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수제다. 영국의 블랙퍼스트는 숙취 해결에 좋다는 자료에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우리와는 다른 음주와 해장 문화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인들은 전통 블랙퍼스트를 풀 잉글리시(Full English) 또는 풀 블랙퍼스트('Full Breakfast)라고 한다. 이 음식은 서양 아침식사의 대표선수가 되었다.
정성스러운 블랙퍼스트를 위해 마련되는 메뉴는 매우 다양하다. 계란 프라이 또는 스크램블, 베이컨, 소시지(전통, 채소, 치폴라타), 구운 콩, 토마토, 버섯, 토스트 또는 튀긴 빵, 해시 브라운, 블랙 푸딩, 시금치, 감자 케이크 등이 식재료로 사용된다. 대부분 음식은 기름에 튀기는 요리법을 고수해왔으나 최근에는 불에 굽거나 살짝 튀기는 방식을 선호하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 과거, 1800년대쯤부터라고 할까. 영국의 상류층과 부유층은 먹는 것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 산업혁명 시기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도시에 몰려둔 사람들의 아침식사는 기름진 식사로 바뀌었다. 푸짐한 아침식사가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노동자는 고된 노동을 버텨내기 위해 높은 열량을 채워야만 했다. 배부른 아침 식사 문화는 귀족이나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그 문화는 노동자까지 번져갔다. 1950년대 초반에는 영국인 절반이 블랙퍼스트를 아침 식사로 먹을 만큼 영국인에게 사랑받는 식사가 되었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가진 영국 전통의 블랙퍼스트를 영국 시골의 한 호텔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에 감사할 뿐이다. 영국 음식이 피시 앤 칩만 있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 영국 전통 블랙퍼스트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깊은 감사를 드리는 식사였다. 아쉬운 것은 레스토랑의 실내가 어두워 사진의 셔터와 빛 조절에 실패해서 사진이 흔들렸다. 무척 아쉬우나 기록을 위해서 과감하게 원고 사진으로 사용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