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의 멋진 도전

06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by 지구별 여행자

06_잡학스런 공동체이야기


함께 만드는 착한 경제,

사회적 기업의 멋진 도전

Eivind Stø와 Pål Strandbakken(2025) <Political challenges: To create frameworks for social enterprises>



서론: 사회적 기업이 열어가는 새로운 길

2000년대 초, 유럽은 복지국가의 재편과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동시에 추구하던 시기였다.


당시 유럽연합은 유럽 거버넌스 백서(White Paper on European Governance, 2001)를 통해 개방성(openness), 참여(participation), 책임성(accountability), 효율성(effectiveness), 일관성(coherence)을 원칙으로 하는 새로운 거버넌스(new governance)를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정부(government), 대기업(large corporations), 전통적 NGO와 같은 기성 조직 중심으로 운영되었고, 시민이 주체가 되는 풀뿌리(bottom-up) 혁신은 정책 결정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한 스퇴와 스트란드바켄은 유럽 각지에서 자생적으로 나타난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s)과 창의적 커뮤니티(creative communities)를 체계적으로 연구하였다. 그들은 시민이 스스로 사회·경제·환경 문제를 해결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험하는 이러한 공동체가 제도적 틀 속에서 어떻게 보호되고 확산될 수 있을지를 근본적으로 묻는다. 즉, 하향식(top-down) 정책과 상향식(bottom-up) 시민 실천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가 이 연구의 핵심 문제의식이었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의 필요성

스퇴와 스트란드바켄은 유럽연합이 표방한 새로운 거버넌스가 겉으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의 참여를 강조했으나, 실제로는 제도화된 조직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창의적 커뮤니티와 사회적 기업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머물며, 공식 이해관계자(formal stakeholders)로 인정받지 못한 채 자발적 실천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풀뿌리 혁신을 지원하고 제도 자체가 유연하게 조정되는 이중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도와 재정이 놓친 회색지대

논문은 사회적 기업이 성장하면서 마주치는 법적·재정적 회색지대(grey zones)를 구체적 사례로 드러낸다. 예를 들어, 도시의 공터를 공동 정원으로 가꾸는 자르댕 노마드(Jardin Nomade)는 토지 소유권과 사용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지속성이 위협받았다.


화폐 대신 노동을 교환하는 에어셔 지역교환(Ayrshire LETS)과 시간은행(Banca del Tempo)은 과세 체계(taxation system)와 충돌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협동구매를 실천하는 연대구매그룹(GAS Gruppo d’Acquisto Solidale)은 조합원의 법적 지위가 모호해 세금 부과 방식이 불확실했다.


이와 같이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경제 활동은 기존 세법과 거래 규범에 들어맞지 않으며, 그 결과 제도적 지원이 불안정하거나 성장에 제약을 받는다. 저자들은 이러한 회색지대가 사회적 기업의 확산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창의적 커뮤니티와 ‘관용’의 경제

스퇴와 스트란드바켄은 사회적 기업과 창의적 커뮤니티가 단순히 경제적 실험을 넘어 사회적 관용(tolerance)을 확장하는 장(場)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지리학자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가 제시한 경제 성장의 3T(Technology, Talent, Tolerance) 가운데 기술과 인재는 이미 정책의 핵심이 되었지만, 다양성을 포용하고 새로운 사회·경제적 실험을 지지하는 관용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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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커뮤니티는 다양한 배경의 시민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관용을 일상적으로 실천하는 구체적 장으로, 지속가능한 혁신의 문화적 토대를 이룬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창의적 공동체에서 지속가능 사회로


논문에 실린 핵심 도식 <‘창의적 공동체(Creative communities) → 분산된 사회적 기업(Distributed social enterprises) → 분산된 사회적 기업 사회(Distributed social enterprise society) → 지속가능 사회·분산경제(Sustainable society, Distributed economy)’ >는 풀뿌리 혁신이 어떻게 사회 전체의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지는지를 단계별로 시각화했다.


창의적 공동체(Creative communities)는 가족과 이웃이 주체가 되어 소규모 사회혁신을 시작하는 단계로, 자발적 실험과 공동체적 돌봄이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분산된 사회적 기업(Distributed social enterprises)은 초기 공동체 실험이 가족형 서비스(Family-like services), 커뮤니티 하우징(Community housings), 확장된 가정(Extended homes), 선택적 공동체(Elective communities), 서비스 클럽(Service clubs), 직접 접근 네트워크(Direct access networks) 등으로 발전하며 관계망이 강화되고 전문성이 축적된다는 것이 연구자의 설명이다.


분산된 사회적 기업 사회(Distributed social enterprise society)은 사회적 기업이 확산되며 지역 간 네트워크가 연결되고, ‘증식(multiplying)·확산(spreading)·전파(disseminating)·전문화(professionalisation)’가 활발히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지속가능 사회·분산경제(Sustainable society, Distributed economy)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공동체가 서로 보완하며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을 이룬 사회로, 지속가능한 경제·사회 질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스퇴와 스트란드바켄이 재안한 그림은 창의적 공동체가 자발적 실험을 넘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다시 분산된 네트워크를 형성해 마침내 지속가능한 분산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을 한눈에 보여준다.


정책적 제언과 제도 혁신

저자들은 이러한 발전 단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치·법·재정의 전방위적 혁신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창의적 커뮤니티를 공식 이해관계자(formal stakeholder)로 인정하고 보조금, 세제 혜택, 법적 보호를 제공해야 하며, 공공공간의 공동 사용, 대안경제 과세, 협동조합의 거래 방식 등에서 발생하는 법·세제상의 회색지대를 해소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세금과 행정 절차를 유연하게 설계하여 풀뿌리 혁신이 억눌리지 않고 실험될 수 있도록 관용을 촉진하는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 모든 조치는 유럽연합, 각국 정부, 지방정부의 협력적 실행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결론: 지속가능한 전환을 향한 제도적 청사진

스퇴와 스트란드바켄의 논문은 사회적 기업을 단순한 경제 조직이 아니라 민주적 거버넌스(democratic governance)와 지속가능한 복지 혁신의 핵심 행위자로 재정의한다.


창의적 커뮤니티는 시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적 경제 모델을 실험하는 현장이며, 이를 통해 유럽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복지·환경·경제 통합(sustainable integration of welfare, environment and economy)을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을 위한 정치적·법적 틀을 마련하는 일은 단순 행정 개혁이 아니라 유럽 사회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전환의 핵심 과정임을 이 논문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와 같은 분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사회적 경제와 창의적 공동체의 성장을 고민하는 연구자와 정책입안자에게 중요한 이론적·실천적 지침으로 남는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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