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을 공유하기 위한 준비과정
런던에 오기 전부터 Rightmove 나 Zoopla라는 앱으로 집을 찾아봤었다. 다른 신혼부부들은 결혼 전에 집을 알아보고 혼수를 채워 넣는 반면, 우리는 결혼식을 올리고 런던에 와서 그 과정을 겪게 되었다. 괜찮은 집을 찾지 못하면 어쩌지, 너무 가격대가 비싸지면 어쩌지 걱정이 많았다.
그렇게 걱정을 안고 짐을 꾸역꾸역 넣어서 도착한 런던에서 우린 바로 집을 찾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알아봤던 동네들을 직접 다니며 보이는 부동산에 무작정 들어갔다. 우리가 찾는 집의 기준을 얘기하고 나면, 후보의 개수는 현저히 줄어든다. 괜찮아 보이는 집들의 뷰잉을 예약해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버스를 타고 여러 군데 뷰잉을 다녔다.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드디어 우리 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행복했다. 누구도 눈치 보지 않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함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기쁨. 아침에 일어나서 "아, 잘 잤다-" 할 수 있는 그런 아늑하고 포근한 공간이 필요했다.
문득 '공간'의 개념, 더불어 '집'의 개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물리적으로 사람이 생활하고 정착할 수 있는 공간의 개념이 기본적이다. 심리적으로는 밖에서의 피로와 번잡함, 혹은 유혹과 만남 등을 버리고 안정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공간인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사랑하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는 만남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바깥으로부터의 안정과 편안함을 찾고 싶은 많은 사람들에게 '집'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신혼에게 집이란, 사랑하는 사람과 처음으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모든 살림들을 새로 사야만 하고, 그런 소비와 선택의 반복 속에서 상대방의 새로운 취향과 생각을 알게 되기도 한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신혼집을 구하는 것 역시 처음인데, 그 처음의 과정을 타지에서 겪게 되다니. 런던이라는 환상에 젖어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문화 속에서 집까지 구하려니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그렇게 집을 뷰잉 다니면서 서로가 중요시 여기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나와 어떻게 다른지 등을 파악했다. 하지만 계약이라는 과정은 우리가 '처음'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스트레스를 서로에게 전가하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다. 짜증이 싸움으로 번질 때도 있었다. 이게 바로 신혼에 대한 환상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 중에 하나겠지- 그렇게 하나씩 우리는 맞춰가며, 같은 공간을 공유할 준비를 했다.
그러다 보니 런던의 수많은 집들 중에서 우리의 집을 드디어 발견하게 되었다. 드디어.
둘이 넓지 않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레 각자가 더 신경 쓰고 아끼는 작은 공간이 생기게 되었다. "여기 내 공간이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생긴 창가 구석의 내 공간이다. ✨
내가 좋아하는 꽃을 좋아하는 맥주병에 꽂아 담고, 좋아하는 향과 색, 그리고 노래로 채운다. 침대는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푹신하고 따뜻하게. 그렇게 하나씩 우리의 신혼집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 진. 짜. 신혼 생활이 시작된 것만 같다. 그리고 런던 생활이 시작된 것 같다.
우리는 어떻게 이 공간을 채워나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