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는 갤러리 전시가 많이 열린다. 무엇보다 공짜인 경우가 많고, 규모도 커서 하루에 다 보기 힘들 정도다. 재작년 런던에 왔을 때에 V&A, National Gallery, Tate Modern, British Museum, Saatchi Gallery 등 다양한 전시를 혼자 즐겼었다. 크리에이티브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또 신선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내셔널 갤러리에 가서 르네상스 시대 작품들 앞에 앉아 30분이 넘도록 그 작품을 따라 드로잉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항상 아쉬웠던 것은 '혼자' 였기 때문에 누군가와 받은 영감을 나누거나 토론을 하거나 소소한 장난을 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번엔 좀 달랐다. 일요일 오전 함께 남편의 손을 잡고 나가 RA 로 갔다. Royal Academy 라고 불리우는 이 곳은 피카딜리 서커스와 그린 파크 사이에 있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갤러리이자 학교이다. 전시, 교육, 그리고 토론을 통해서 비주얼 아트의 창조, 경험, 감상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예술가와 건축가들의 모임이다.
처음엔 각 £10 의 입장료가 있다는 사실이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다른 갤러리들은 다 무료인데.. :/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들어가보자 마음먹고 입장한 순간, 우리는 정말 깜짝 놀랐다. 노란 벽지와 네온사인 글귀, 그리고 불규칙적인 레이아웃이지만 안정적으로 위치한 작품들. 그림과 조형물의 조화. 각 전시 공간마다 서로 다른 전시 기획 의도, 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일관적인 컨셉. 뭐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내가 봤던 전시들 중 단연 최고였다.
각 전시 공간마다 가지고 있는 기획 의도와 컬러, 작품들이 참 다양하고 파격적이었다. 삶, 죽음, 2D-3D 의 연결, 세계, 인간의 본성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전시였다.
나와 오빠는 서로 마음에 드는 작품도 찾아보고, 각자 따로 시간을 가지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더 감상하기도 했다. 자동차 디자인과 UX 디자인은 사실 예술과 많은 접점이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디자인에 어떻게 접목시키면 좋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배우거나, 내가 보지 못했던 컬러의 조합을 배우기도 했다. 사물을 있는 그래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점과 시각을 어떻게 담아내면 좋을까 고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두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앞으로도 이렇게 자주 영감받으며 디자인하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