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정나그네 Oct 08. 2016

일이란 삶을 지탱하는 무언가 이다.

돈 때문에 취직하지는 말아라

“돈 때문에 취직하지는 마.”


데면데면한 작은 아빠에게 의외의 말이 나온다. 부끄럽지만 이십 대 후반이 되도록 나는 아직 수도권의 친척집에 머물러 있다. 수도권에서 미치도록 독립을 하고 싶지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염치없게도 모든 것을 멈추고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다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슬슬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고,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불안함이 다가오면, 넓어지던 시야도 다시 좁아지고 둔해지듯 지금 그런 조짐이 느껴진다.


늦은 아침 일어나 씻고, 집안일을 조금 하다가, 스타벅스로 출근해 커피 한잔과 함께 노트북을 키는 게 일상이다. 그리고 그 흔한 이십 대 대한민국의 청년들처럼 자소서를 끄적거리기 시작한다. 스타벅스 출근을 위해 엘리베이터로 나서는 문 앞에서 출근하시는 작은 아빠에게 그 두려웠던 질문이 다가왔다.


“요즘 뭐 알아보고는 있는 거냐?”

“네, 사실 붙은 곳이 있었는데, 더 가고 싶은 곳이 발표가 안 나서 안 갔어요. 그런데 보기 좋게 떨어졌네요.”


시간에 대한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던 지 굳이 부연설명까지 하며 대답한다.


“너무 놀지는 말아라. 사람이 일을 해야지. 일을 안 하면 나태해지고 안 좋아.”

“네, 안 그래도 돈 떨어져서 이제 일해야 할 거 같아요.”

“돈 때문에 일하진 말고. 그리고 앞으론 붙으면 일단 가고 또 다른 데를 준비하고 해야지. 사람이 냉정해져야 돼.”


작은 아빠에게 저런 말이 나왔단 점이 나로서는 놀라웠다. 

작은 아빠네 부부는 두 분이서 맨주먹으로 서울로 올라와서 맞벌이로 열심히 사시는 분이다. 쉬는 날 없이 각각 자신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에 존경스러우면서도, 삶을 조금 더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움도 가지고 있다. 명절에도 단 하루만 쉴 만큼, 쉬지 않고 일하셔서 그런지 두 분은 돈을 벌기 위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작은 아빠를 보았는데, 그런 분이 돈 때문에 일을 구하지 말라고 하시니, 나로서는 놀라웠다.


작은 아빠에게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기전에 삶을 살아가고 지탱하기 위한 힘일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방에서 농사를 지으셨다. 고령이 되신 그들은 이제 그 땅들을 다른 사람 손에 부치셨다. 하지만 시골에 내려가서 본 놀라운 사실은 우리 집 주변의 방치된 놀고 있는 땅들에 새롭게 고구마가 자라고, 고추가 자라고, 토마토가 자라고, 꽃이 자라고 있던 것이다. 일을 하시는 것이 그분들의 건강을 상하게 하기보다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그때 다시 깨달았다. 


너무 과해서는 안 되지만, 일이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시간을 의미 있게 소비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그런 것이다.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오늘 장강명 씨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습니다. 에세이를 초반쯤 읽다가 다시 한주에 한글이라도 써야겠다 생각해 봅니다. 장강명 씨가 뜻하게 않게 작은 영향을 주고, 이 책을 권한 언니가 뜻하지 않게 작은 영향을 주었듯이, 제 글도 누군가에게 작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삶에 느낀 것으로 또 다른 공감을 만들고 위로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전 07화 퇴사 결정 후의 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