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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나그네 Jun 24. 2016

퇴사 결정 후의 시간

무엇을 해야 할까. 남은 기간 동안 해야 할 것.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팀장님이 회의실로 불렀다.

"용용 씨, 조직 개편이 있어서 업무 시작 전에 자리를 이동해야 할 거 같아."


앞으로 2주 남았는 데, 자리 이동이라니.

뭔가 살짝 서운하고 외로워지려 했지만, 감정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웃었다.

이동하고 보니, 조직 개편에 따른 팀 구성원이 붙어 앉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진짜 내 자리는 없어지겠구나 하는 맘이 든다.

내가 퇴사를 결정하고 말씀드렸을 때, 팀장님이 느꼈을 서운함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사람이란 역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서운함이 느껴졌단 것은 반대로 그만큼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퇴사를 결정하고, 한 달 동안의 마무리 기간을 가지면서 시간이 정말 안 간다.

마음이 떠서 그런지, 

새로운 일을 시켜주지 않아서 그런지,

기분 탓인지,

여하튼 컴퓨터 폴더를 정리하기도 하고, 문서를 정리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퇴사 이후 떠날 여행 정보를 찾기도 하고, 메신저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용용 씨, 이제 인수인계 문서 슬슬 작성 시작해줘요. 운영하는 곳이 많아서 지금부터 작성해도 빠듯할 거야. 꼼꼼히 부탁해요."

"네, 알겠습니다."


내일부터는 글로벌 사이트와 각각의 고객사별로 운영사항을 정리해야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서보다 구두로 누군가에게 인수인계해주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고객사들은 내 개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기도 하는데, 이들에게도 나중에 인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 년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이런저런 주책없다. 

그래도 내가 맡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라 다행이다.


앞으로 2주 동안은 정말 완벽한 퇴사를 준비해야겠다.



[완벽한 퇴사를 위한 준비]

1. 꼼꼼하게 인수인계 문서 작성하기. 각 고객사별로 정리.

2. 한분 한분과 관계를 가져보기. 물론 아직 나의 퇴사를 모르시겠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들을 드러내야겠다. 이것도 인연인데.

3. 나만의 커리어 정리하기. 문서 및 포트폴리오 정리. 

4. 조금씩 조금씩 회사에 있는 물건 집으로 가져가기. 

5. 퇴사 선물과 혹시 모를 마지막 인사말 생각. 

6. 경력증명서 및 각종 서류 떼기. 퇴직금 날짜 확인 등. 



시간이 빠르면 빠르고, 느리면 느리게 가는 이 어정쩡한 시간에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배웠는 지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작과 기회가 있을 것에 기대가 된다.

주변 사람들에게 퇴사 후 여행을 떠나는 것에 모든 것을 건다고 이야기하니,

많은 직장인들이 그럴 수 있는 용기가 멋지다며 부러워한다.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용기며 인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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