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정나그네 Nov 20. 2016

외국계의 주니어로 일한다는 것

매일이 한계이지만, 견뎌내어야 한다.


우리들은 모두 미생이다. 공부하며 견디고, 견디며 공부해야 한다



#새로운 출발과 다짐


더 이상 좁게 보고 살지 않겠다. 매일이 정신없도록 만드는 야근 문화 속에서 생각하고 발산할 여유를 잃어버린 채, 꿈꾸지 못하는 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제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첫 회사에서 주니어 기획자를 그만두고, 유럽 여행을 하며 결심한 것이었다.

그래서 다음 회사를 알아볼 때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찾았고, 웬만하면 야근 수당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찾아보았다.



#동생과의 만남을 통해 받은 도전, 언어 공부


그러던 어느 날 1년 동안 코이카를 다녀온 동네 동생과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다. 코이카에서 돌아온 그녀도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지쳤는데, 급하게 다시 일이 구해졌고 코이카로 먼저 다녀온 그 나라에 이번에는 대기업을 통해 다시 가게 되었단 것이다. 그녀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서 설렜지만, 지금은 그곳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 알기에 사실은 더 두렵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날 그녀의 이야기는 내게 큰 도전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다시 가는 그 나라의 언어는 스페인어인데, 그녀는 스페인어를 전공한 사람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냥 스페인어가 재밌어 보여서 공부하고, 유튜브를 보고, 델레 시험을 보고, 그렇게 1년 공부해서 코이카에 뽑혔던 것이고, 코이카 1년 경험을 통해 다시 그곳으로 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대단했고, 멋있었다.


나는 영어를 엄청나게 못한다. 이것은 분명 영어 조기교육을 시켜주지 않은 부모님 탓이라 말하고 싶다. 고등학교 때도 영어 듣기 평가만 하면 내 실력이 완전히 뽀록났고, 수능도 외국어 죽 쑤는 바람에 교대 수시에 붙은 상태에서 최저 등급을 맞출 수 없었다. 심지어 우리 과는 졸업 조건이 토익이 아닌, 졸업 작품을 해야 하기 때문에 토익 공부도 하지 않고 있다가 4학년 무렵에 취업 준비한다고 거히 2년 동안 토익 공부를 한 것 같다. 영어는 정말 내게 앙숙이다.

그러나 이번 유럽 여행을 하면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맘이 강하게 들었다. 이전 기획자로 있었던 회사에서도 영어를 잘하는 팀장님을 볼 때마다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심지어 새로운 회사를 구하는 중, 친했던 이전 회사 팀장님이 전화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회사 천천히 구하고, 영어 공부해! 나중에 영어가 발목을 잡거나, 기회를 만들어 줄 거야."

그 말씀에 다 붙어놓은 회사도 가지 않았다. (물론 그땐 가고 싶은 다른 회사가 있었다. 비록 그곳은 떨어졌지만..



#움직여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녀와의 대화 이후, 이렇게 영어 젠 병인 나지만 도전이라고 못할 게 있나 싶은 맘에 'Liked in'을 시작했고, resume를 작성하기도 했다. resume를 작성하고, liked in의 프로필을 update 하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이 마구마구 느껴졌다.  이것은 자기만족으로 그치고, 실제적으로 나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외국계로 이력서를 넣어 보았다.


그리고 한 2주쯤 지나, 어느 곳에서 연락이 왔고 면접을 보았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른 매우 작은 곳인 것 같았고, 면접관이 요즘 외국계 환상 가지고 지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하시는 바람에 뜨끔해 버렸다. 준비해 온 영어 자기소개가 무색할 만큼, 그런 거 물어봐도 다 준비해서 뻔하게 말한다며 물어보지도 않으시고 우린 그냥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대화를 할수록, 걱정만이 앞섰다. 2년을 미국에서 살 다 오신 팀장님이 회사에서 영어를 가장 못하신다는 것이 내게는 충격이다. 아. 그래서 이곳은 끝났구나 하며 터널 터널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쯤 지나 황당하게도 그곳에 합격했다. 그리고 입사일까지 걱정으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 동생이 느낀 맘이 이거였을까. 가기 두려우면서도 가고 싶은 이 마음. 하지만 두렵다고 포기하는 것은 진짜 멍청이란 생각에 떨리는 맘으로 출근했다.



#매일이 한계에 부딪히고, 성장한다.


이전 회사 이사님이 그랬던가.  

jumping 할 기회가 인생에 반듯이 있을 것이라고.

동네 동생이 이전 경험과 공부가 다음 스텝으로 이어졌듯이, 나의 이전 회사 연봉은 비록 어느 회사 면접을 봐도 발목을 잡았지만 그 경험과 경력을 인정해주는 곳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나를 어떤 이유로 뽑아 놓은 것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설령 얻어걸린 것이라 해도 이전 회사 경험과 심지어 유럽 여행까지 나비 효과처럼 우연 없이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간단히 브리핑하자면, 외국계도 한국 회사와 똑같다.


브런치에 글을 너무나 쓰고 싶었지만, 개인적으로 매일매일 한계에 부딪히고 좌절을 맛보고 있는 터라 글을 쓰기 어려웠다. 수습안에 잘릴지도 모르고, 포기하고 싶은 맘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전에 난 기획을 했었고 내가 생각하는 PM과는 좀 다르게, 이 곳에서는 영어는 물론 간단한 코딩 공부까지 해야 해서 공부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따로 사수도 없고, 경력으로 왔기에 바쁜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어려웠다.

언제까지 현지인 전화를 피할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고, 느리게 일을 처리할 수도 없기에 두려웠다.


몇 달이 지나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저렇게 해낼 수 있을까?


이 것은 이전 회사에서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겨냈고 해냈다.

하지만 이 곳에서 또다시 이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내가 과연 그 깜냥이 되는 사람일까? 다른 모든 사람이 미국에서 또는 어디에서 공부하고 살다 온 사람들인데.. 하지만 내 맘을 더 어렵게 한 것은 이런 좌절감과 걱정으로 포기한다면 진짜 다시 일어서기까지 엄청나게 오래 거릴 것 같단 맘이 들었다. 매일 자신의 한계를 보지만,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아직 더 큰 한계와 좌절, 스트레스를 맛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이것이 나의 한계의 끝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영어 공부도, 코딩 공부와 전체적인 로직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한다.

 

견디고 이겨내야 하지만, 언제까지 걱정만 할 수 없기에, 하는 데까지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 매일 아침 다짐하고 기도한다. 나는 생각한다. 비록 이 곳이 끝도 아니고, 이 역시 성장통의 일 부분일 것이라고. 넓게 보려는 그 시야를 결코 잃지 않아야겠다.

쭈글이 같은 나도 이렇게 일하는데, 누구든지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하며 걸어갈 힘이 그대 안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이전 10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