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고민, 나의 고민, 애플의 고민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스티븐 잡스가 옳았다.
기획자로 있다 보면 가장 짜증 나는 일 중에 하나가 고객이 요구 사항을 변경하는 것이다. 합의가 되었다고 해서 기획을 하고, 개발에 들어갔는데 요구 사항을 변경해버리면,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당연하다. 왜 고객은 요구 사항을 변경하려고 할까?
노키아의 예를 들어보자. 예전에 노키아는 다양한 타깃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폰에서 화면을 넘길 때, 어떤 효과를 넣기 원하십니까?"
1. 어떠한 효과도 넣고 싶지 않습니다.
2. 가벼운 효과를 넣고 싶습니다.
결과는 2번이 우세했다. 사용자들은 가벼운 효과를 화면 넘김에 넣어, 심심함을 줄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착한 노키아는 사용자의 의견을 충실히 수용했다.
그러나 노키아는 결국 실패했다. 사용자들은 가벼운 효과를 넣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원하는 것은 어떠한 효과 없이 빠르게 넘어가는 것을 더 원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는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기획자는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경청하되,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통찰력은 관찰과 경험에서 기반해 올 수 있다. 관찰하는 만큼, 경험하는 만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용자의 요구 사항 안에 내재된 욕구가 무엇인지, 무엇이 더 편리함을 줄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보아야 하는 것이 기획자의 태도다.
요즘 다시 다음 스텝을 고민하며 있는 나도 진짜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다. 기획자로 나는 나를 더 관찰해봐야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을 까? 또는, 원하는 것을 다양하게 경험해봐야지 '옳다구나! 이거네!' 하며 찾을 수 있을까.
어른인 나도 이렇게 고민이 많은데, 우리나라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또 사회를 경험하기 전 대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체험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절실히 필요하단 것을 느낀다.
아울러 사용자에 대해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애플은 과연 아이폰 7을 성공시킬 것인가 궁금하다. 사용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무선 이어폰의 불편함에 대해 벌써 걱정인데, 진짜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않다는 애플은 이번에도 내재된 사용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