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 막내는 회의록부터, 먼저 기본에 충실하기
"저는 사업을 만들려고 왔습니다.
정산해주고, 표 만들고, 업체 리스트 뽑고, 오타 체크하려고 이 회사에 들어온 거 아니란 말입니다.
이런 잡부는 인턴 때 충분히 했고
지금은 실무직 사원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
라고 미생 철강팀의 장백기처럼 대담하게 말했다면, 아마 끝장났을 것이다.
그렇다.
기획자는 뭔가 있어 보이고,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굉장한 잡 업무를 다 한다.
안 그래도 기획자는 잡 업무가 많고, 여기저기서 요구사항이 많은데,
거기에다가 막내라면 말 다했다고 본다.
매일 아침 10분 동안 스크럼을 통해 전체적인 이슈를 공유하고, 요청할 것들을 요청하며, 자신의 ToDo List를 점검했다.
그리고 주간 회의, 운영 회의 등 기획자는 미팅으로 하루가 다 갈 만큼 회의가 많다.
그런 기획자에게 회의록 작성은 필수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교회에서 회의록 작성은 좀 해봤지 하는 자신감으로 회의록을 작성했던 날,
나는 그 날 하루 종일 사수에게 5번의 빠꾸를 받은 듯하다.
정말이지 논술 학원으로 돌아간 기분이랄까.
미생의 장백기가 오타 체크받을 때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프린트 잉크가 아까울 따름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출력할 때마다, 새로운 허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줄 나눔, 띄어쓰기, 오타 체크, 한문체는 우리말로 바꾸기, 구어체 점검은 기본이다.
회의록 외 문서 작성을 할 때 귀찮아도 몇 번의 검토는 꼭 해야 한다.
1. 제목, 날짜, 시간, 장소, 참석자 표시 (참석자는 직급 순으로 표기하되, 님을 제외하고 표기)
2. 안건, 주제 표기 (필요하다면 부제도 표기 / 하단 요약 또는 결정 사항 표기)
3. 넘버링
4. 문단 모양 챙기기
5. 구어체, 외래어, 한자어 되도록 제외
6. 오타 및 띄어쓰기 점검
7. 검수 검수 또 검수
내용을 제외한 문서 작성의 요령만 정리하였다.
회의의 성격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지만, 기본적인 포함사항은 위와 같다.
나는 주로 구어체를 많이 쓰다 보니, 주어와 동사가 연결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많았다.
또한 최대한 목적어도 생략 없이 표기해 주도록 해야 한다.
회의록은 쓰다 보면 느는 것 같다.
회의록을 잘 쓰기 위해서는 회의의 모든 내용을 상세히 기록하고, 녹음하는 것이 좋다.
(손으로 쓰기 힘드니, 노트북을 준비하면 편하긴 하다.)
내가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스물다섯이 넘어서 여기서 이게 뭐하는 거지
이 선배는 나에게 감정이 있는 것인가
란 생각들이 휘몰아칠 때,
다시 마음을 겸손하게 잡고 보니 선배도 되게 귀찮은 일을 열심히 봐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귀찮은 일도 꼼꼼하게 봐주는 선배가 알고 보면 진국이다.
장백기의 '그럼 내일 봅시다' 사수처럼.
내 이 말을 얼마나 듣고 싶었던가.
"오케이. 위키에 등록해."
예쁨 받는, 인정받는 사원이 되길.
점차 느는 그대의 회의록 작성 능력을 볼 때, 선배 역시 성장의 기쁨을 맛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