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모르는데 어떻게 합니까? 뭣이 중 헌대요?
퇴사 이야기를 할 때면, 친척과 친구들이 묻습니다.
"퇴사하고 뭐하려고?"
"요즘 힘들어. 갈 곳 알아보고 하지 그래?"
"친구야, 너는 적금 안 들어? 너 지금 어린애 아니야."
"한 곳 오래 다니지. 그럴 거면 집에 내려와라."
"딸, 너 결혼자금 네가 모아야 한다. 집에서 못해줘. 그거 알지?"
네. 압니다.
저도 쉬운 결정 아니었고, 무언가 방향이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더 용기 낼 수 없을 것 같아, 하루라도 어린 나로서 결정하고 싶었습니다.
이십 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고요.
홀로 서울에 와서 지낼 집도 아직 없어 누군가에 집에 얹혀살고 있고요.
6개월 전 악착같이 아끼며 벌고 모은 600만 원은 사기를 당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사기가 저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생각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를 얻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돈을 모으고, 인생을 계획해도 한 치 앞을 알 수가 없단 것을 깨달았습니다.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고, 저처럼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막살자는 게 아니라,
때로는 한 발자국 물러서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단 것입니다.
오히려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볼 때,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생활 속에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나로, 또는 미래의 나를 생각하며 살고 있거든요.
그렇게 현재의 나를 소홀히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인생의 2번째로 큰 용기를 내었습니다.
모든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35일간의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여정을 보낸 후에는,
한층 더 성장해있고, 넓어져있고, 자신감이 있는 나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정이 쉽지 않을 수 있죠.
또 사기를 당할 수도 있고, 소매치기를 당할 수도 있고,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사랑에 빠질 수도 있어요.
그게 여행의 과정, 여정이고, 여행자의 삶 아니겠습니까?
좋은 호텔, 좋은 레스토랑을 정해 놓고 다니는 tourist가 아닌,
낯선 곳에서 좋고 나쁜 경험까지도 몸소 느끼는 traveler가 되려 합니다.
여행을 통해 인생이란 삶의 여정을 훈련하고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희망은 좋은 거죠. 가장 소중한 것이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쇼생크 탈출 중-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어떤 강압과 환경도
누군가의 가치, 신념, 희망, 경험, 생각은 절대 빼앗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의 인생의 가장 행복한 것을 말하게 한다면,
현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행복했던 기억과 경험과 추억이네요.
그것이 남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삶의 자리에서 자신과 누군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저는 존경합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많은 선택을 하신 어른들을 존경합니다.
그분들은 기꺼이 그 선택에 책임을 지고 산 것이고,
그 책임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신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선택을 하지만, 옳은 선택은 없습니다.
옳은 선택이 있기보다 '선택을 옳게 만들어가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사는 삶 아니겠습니까?
당신의 삶과 선택을 존중합니다.
당신이 보낸 오늘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