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 PM의 고충과 진가
"더 이상 책임지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
PL(Project Leader)을 감당하던 시절, 진심이 섞인 전 회사 선배의 한마디가 귓가에 맴돈다. 연차가 찰수록, 프로젝트 매니저로서의 포지션을 감당하며 느끼는 어려움 중에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면, '내 잘못이 아닌 일에 사과하고,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PM(Project Manager)은 이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어떤 이슈 사항이 발생하였을 때, 개발자의 잘못이든 DBA의 잘못이든 파악을 잘 못한 기획자의 잘못이든, 프로젝트 매니저는 고객과 소통하는 전방의 서있는 사람이기에 프로젝트에 대한 변명과 대처 방안을 수립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것이다.
만 3년 차에 가까운 내게도 아직도 무언가에 책임을 지는 이 위치는 더욱 무겁고, 버거움을 느끼게 만든다.
이슈가 터지고 나서, 퇴사와 휴가로 팀 내 선배들은 없고, 이슈는 이미 터져버린 상황으로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밤잠을 잘 수 없었다. 이슈는 외주 업체를 통해 발생한 것이었고, 외주 업체 역시 이미 마감된 프로젝트에 대해 실수 여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누구와 이 이슈 상황을 공유할 수 있을까 하여, 유관 부서 팀장과 이야기를 나눠도, 그러한 일에 대하여 왜 자신에게 이슈 상황을 공유하냐고 이야기한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팀장도 선배도 이슈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는 비협조적인 모습에 서운함과 배신감이 느껴지며, 여러 가지로 외로운 내적 싸움이 커져갔다. 가뜩이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커져가는 요즘, 이런 일을 당하니 모든 일을 그만 멈추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대표님께 이슈 상황을 공유드렸고, 대표님께서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셨다.
보상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책임 질 예정입니다.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최소화하고, 대처 방안에 집중하세요.
다만,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매니저 스스로 고민하고, 제안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그것이 프로젝트 매니저의 일인 것이다.
여러 가지 서운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같은 업계 개발자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그 친구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이다.
"나는 사수가 이슈를 내고, 그 이슈 발생을 나한테로 떠넘겨. 그리고 내가 성과를 이루면, 그것은 자기가 요청한 부분으로 해낸 것이라 성과를 자기 것으로 가져간다? 근데 너는 대표님이 저렇게 말해준 거면, 진짜 괜찮은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편이 되어줄 누군가가 있는 것은 큰 힘이 된다. 대표님의 저 한마디도, 팀 내 내편이 되어준 사람들도, 친구의 이 한마디도 힘이 된다. 만약 이렇게 내 편이 되어준 사람이 없었다면, 정말 큰 회의감이 느껴졌을지 모른다. 나도 누군가가 어려워할 때 옆에서 지지해주고 격려해줄 수 있는 동료로 선배로 있고 싶다.
아직도 PM 포지션을 감당하기에 나의 멘탈은 너무나 약한 것일까? 나는 자기반성을 많이 하는 성향이라, 여하튼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이에 대한 반성과 모든 스트레스를 감당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일하다 보면 장기적인 진행이 어려워진다. 또 자칫 잘못하면 정말 모든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슈 발생 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인정하되 책임은 분산하며 해결책에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PM의 포지션에서 가져야 할 멘탈 태도 세 가지를 배워간다.
1. 이 조그마한 일을 이만큼 큰 일로 포장하여 성과를 낸 것이라 말하는 것. 일하는 티 팍팍 내는 것.
2. 어떤 이슈가 발생하든 내 잘못이 아니다 라는 마음 가짐을 가지는 것.
3. 이슈 발생 시, 침착하게 대처하는 것. 이 점은 이전 회사 대표가 나를 뽑을 때, 이 점을 강점으로 보셨단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PM의 역할은 원만한 프로젝트 진행이 아닌, 이슈가 발생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가에서 PM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할 수 있다. 위기에 순간에서,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위기에 순간에 빛날 수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또는 해당 포지션의 전문가로 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경험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