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업의 채용 : 이상과 현실 사이
2013년말 삼성그룹은 신입사원 채용제도의 전면 개편을 발표한다.
그중에는 대학별 추천인원을 할당하는 '대학총장 추천제'가 있었다.
하지만 성균관대 115명 등 대학별 추천인원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대학은 즉각적으로 성명을 통해 항의했고, 언론은 이를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시켰다.
그래서 삼성은 2014년 초 대학총장추천제를 전면 백지화하게 된다.
상기 내용은 수많은 언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과거일 것이다.
하지만 삼성의 뒤처리와 반성은 나쁘지 않았다.
즉각 철회했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삼성은 주요 대학총장 및 유명교수를 대상으로 '총장추천제 사태'에 대한 비공식적 인터뷰를 진행한다.
당시 난 인터뷰 현장에 있었고, 그들의 날카롭고 정확한 지적을 한마다 한마디 들을 수 있었다.
기업의 채용은 대학교육과 연계되어 진행돼야 한다.
기업이 판을 짜되, 나머지는 대학에 맡겨라.
학과 공부에 충실한 학생이 회사생활도 잘한다.
참 유익한 인터뷰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걱정되는 점도 있었다.
과연 대학은 채용 및 취업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은 단지 입시 전문가가 아닐까?
기업은 채용제도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 중이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지만 변화를 실행하는 데는 조심스럽다.
기업의 채용은 곧 그들의 브랜드이자 경쟁력이다.
그래서 기업은 대학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는 채용제도를 가지길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2. 대학의 역할과 현실 : 변함없이 제자리걸음
그렇다면 대학은 채용과 취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도대체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째, 취업 실적도 중요하지만, 역시나 대학의 본질은 학자를 양성하는 데 있는 걸까?
총장과의 인터뷰 때마다 취업실적의 중요성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대단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은 찾기 힘들었다.
오늘날 대학은 현주소는 무엇인가? 어쩌면 나만의 순진한 바람인 걸까?
외국 유학경력 없이 수도권 4년제 대학의 교수 임용된 사례가 얼마나 있을까?
전문대학원을 만들어 대학은 재정수입을 늘지고 있지는 않은가?
학자 양성도 취업 지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둘째, 대학은 학과 공부만, 취업은 여전히 학생들만의 몫인가?
웬만한 학교에는 취업정보센터가 있다. 취업은 대부분 여기서 전담한다.
사실 대학총장과 교수는 기업의 채용전형에 별로 관심이 없다. 자기 자식이 취업준비생이면 모를까...
이러한 대학의 일관된 정책으로 취업시장(학원, 컨설팅, 교재 등)은 지금도 계속 성장 중이다.
現 사교육 시장도 모자라 취업마저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고 있는 대한민국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한 기업의 직무적성검사(GSAT)를 다룬 책이 서점에서 28,000원에 팔리는 것이 맞나 싶기도 하다.
어쩌면 3, 4학년들은 대학 학자금만큼의 돈을 취업 준비에 또 한 번 쏟아붓고 있는지도 모른다.
셋째, 대학은 창업, 학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제대로 양성하고 있는가?
몇 가지 상식적인 물음이 어쩌면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대학이 창업을 장려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변호사, 회계사, 행정사무관 등 각종 고시반을 지원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순수과학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대학은 이들을 양성할 생각이 있나?
이쯤 되면 대학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학생들은 영어, 취업, 자격증 등 지금 이 순간에도 등록금이 아닌 교육비용 부담에 허덕인다.
대학이 해야 할 역할이 미흡한 탓일까? 아니면 사교육 시스템이 너무 좋아서일까?
이 세상은 학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대학은 과연 변할 수 있을까?
#3. 대학생의 현실
이제는 대학생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각종 고시, (전문) 대학원 진학, 공무원 시험 등
여러 가지 진로 중에서 회사 취업은 과거에는 단지 'Plan B 또는 Z'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늘어나면서 처우와 보상이 좋아졌고, 자연스럽게 특정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도 강해졌다.
취업 재수, 삼수가 이제는 흔한 말이 될 정도로 그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런 지경이 되었어도 대학의 취업교육은 제자리걸음이다. 변한 것이 없다.
취업특강은 있지만, 이는 10년 전에도 있었다. 멘토 멘티, 재능기부 등 형태만 좀 변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10년 전에는 없었던 각종 취업강좌와 학원들은 넘쳐난다.
취업 교재도 대형서점의 한 코너를 가득 채울 정도도 많다.
심지어 이미지 메이킹, 스피치, 면접, 자소서 강사들은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이런 현실과 현상이 과연 맞는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벌이가 되는 일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취업 전선에서 대학은 뒤로 물러선 느낌이 든다.
대학이 좀 더 앞으로 나와준다면 대학과 학생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4.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변화는 꼭 필요하다.
김연아, 손연재를 보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교육의 결정판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김연아가 외국코치를 영입해 훈련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김연아가 있었을까?
국내 빙상 교육만으로 김연아를 세계 1등으로 성장시킬 수 있을까?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손연재 또한 러시아 유학을 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딸 수 있었을까?
이런 현실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말 불편한 진실이다.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