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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서희 Jan 21. 2022

나이 쉰여덟의 시간 사용법

시간은 돈이 아니다 시간은 삶이다.- 라즈니쉬

올해 나이 쉰여덟.


오늘은 내 나이를 드러 내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늘어가는 나이 앞에 자꾸 움츠려 드는 나 자신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 보자는 의지다.


기억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약해지고, 적당한 단어가 안 떠올라 말을 주춤하는 증세가 심각하다. 눈도 자꾸 침침해지는 것 같고, 한쪽 어깨도 심한 건 아니지만 말썽을 부린 지 오래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노화로 오는 자연스러운 변화뿐일 텐데, 마음이나 사고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탓인지 이런 사소한 변화에도 많이 위축되고 적잖이 당황스럽다.


꾸준히 걷기 운동도 하고 기분이 우울한 상태도 아니다. 다만 활기 있고 계획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삶의 목표가 없어서인 듯하다. 시간은 많은데 대부분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눈뜨면 침대에 누운 채로 유튜브 뉴스부터 켠다(남편은 6시 셀프 출근). 그 상태로 한두 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겨우 몸을 일으켜 게으른 아침 끼니를 때운 후 커피 한 잔을 내려 다시 폰을 잡는다. 집안일은 해야 하니까 이어폰을 귀에 끼고 청소며 빨래 등을 한다.

낮엔 걷기 운동 좀 하고(가급적 1일 만보를 채움), 아버지가 안 계신 뒤로는  주 3회, 하루 4시간 정도 동생네 가서 엄마를 돌본다.

저녁에 장보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 해 먹고 설거지까지 해치우면 무미건조한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그렇게 지루한 일상을 하루하루 보내다가, 아침 산책을 하던 어느 날 문득 도서관에 가고 싶어졌다. 시간을 보니 9시 언저리였다. 마침 도서관이 9시에 오픈하니까 옳거니 하고 도서관으로 들어왔다. 언제나 그렇듯 철학서 코너에 가서 책 한 권을 집어 들어 가장 맘에 드는 자리를 잡아 앉았다. 



책은 앙증맞게 작은 핸디북이었다.


"아침 5분의 여유가 인생을 결정한다"

원제 "How to live on 24 hours a day"

- Arnold Bennett(1867~1931)


나태한 삶의 변화를 갈구했던 차라 제목에서부터 기대를 갖고 책을 펼쳤다.


" Time is not money, Time is life "

- Rajneesh Chandra Mohan(인도, 1931~1990)

시간은 돈이 아니다.

시간은 삶이다. -라즈니쉬


책을 펼치면 눈에 들어오는 첫 문구다. 이 짧은 문구에 잠시 생각이  멈췄다.


'그렇지. 삶의 가치를 돈에 비할 수 없지.' 하고 공감했다. 이어 머리말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 책이 그렇고 그런 계발서가 아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리고 본문에 들어서자 바로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고, 그 시간 내 얼굴은 평화롭고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이 표현은 순간의 나와 정확히 일치해서 본분에서 인용함). 



'아침이다. 주저하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새날을 맞이할 활기는 충분히 충전되어 있다.'


이렇게 아침 예찬론으로 시작되는 글은, 아침마다 잠과 타협하며 버티는 내게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용기를 주었다.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가지 않도록 침구부터 정갈하게 정돈하고 창문을 연다. 이 행위 하나 만으로 그날 하루는 그렇지 않은 하루와 완전히 다른 하루를 선물 받게 된다.


산새들 노랫소리와 함께 맑은 공기를 들인 거실에서 크게 기지개를 켜고, 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함께 아침햇살을 맛있게 음미한다(표현이 너무 맛있어서 따옮).


그날 이후로 아침마다 가볍게 산책한 후 가능한 매일 도서관에 출근하고 있다. 도서관이 집 앞이라 난 참 복도 많다. 2시간 정도 책을 읽고 집에 와서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 상황에 따라 오후에 출근하는 일도 많다.


산책하는 거 외엔 별다른 생활 루틴이 없었던 내 삶에 1일 1 독서라는 새로운 루틴 하나가 더 생겨났다.



앞서 라즈니쉬가 시간은 돈이 아니라 삶이라 했다. 돈을 버는 일은 육체적인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언제든지 더 벌어들이는 일이 가능하다. 시간이 돈이 되기도 하지만 돈이 행복을 준다고 보장할 순 없다.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왕왕 본다. 돈의 가치가 삶의 가치와 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삶이냐>에서는 소유와 존재(삶)의 가치를 좀 더 철학적으로 심도 있고 흥미 살펴볼 수 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삶을, 인생을 허비하는 것과 찬가지다.

돈이나 기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 않지만, 시간은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단 1초의 착오도 없이. 

그 양 또한 냉혹할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


은 그 한정된 시간,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각기 각색의 그림이 그려진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남은 반평생(운이 좋으면)의 그림을 좀 더 공들여 그려봐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문제는 실천이다. 나는 이 자극이 유지되도록 인터넷에서 바로   주문했다(절판되었는지 중고만 판매된다). 

일상이 흐트러질 때마다 회초리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한다.



이 글이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잘 달리고 계신 분들 앞에선 초라한 시간 사용법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워런 버핏이 독서를 이기는 건 없다고 했던가? 지식인 신영복 교수는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도 했고. 그만큼 독서의 중요성은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특히 생업을 매듭짓는 50,60세대는 책을 가까이할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다.


시간은 많은데 무심코 시간을 허비하며 행복을 놓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글 또는 위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단 한번 살다  내 인생을 보다 가치 있는 것으로, 좀 더 멋진 그림으로 그려나가길. 그래서 눈 감는 날에 희미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 






내가 앉은자리에서 창너머로 멀리 내 보금자리(집)가 보인다^^(실제는 사진보다 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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