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을 예뻐하던 동생
그 뒤로도 많은 행복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살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몸에 얼굴은 샛노란 여자가 두 손을 벌린다. 그때 어린 아기가 바닥을 엉금엉금 기어가서 가슴에 안긴다.
동생은 하루하루 죽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조금씩이 아니라 너무 많이씩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살색이던 얼굴이 노랗게 변하고 다음날은 밥을 못 먹게 되고 또 그다음 날은 걷지를 못 하고 또 그다음 날은...
죽어가는 건 신체뿐만이 아니었다. 정서적으로도 죽어가고 있었다. 누구 하고도 대화를 원치 않았다. 그나마 나와는 간간이 회사 업무 관련된 일이나 대체의학 관련한 내용만 대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소음을 싫어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동생과의 시간을 빼앗기기 싫어했다. 동생이 조용한 걸 원한다고 해도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 막상 가족들이 사라지면 동생이 서운했을 것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다른 동생도 오고 왕래가 뜸하던 친척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자기가 곧 죽으니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러 오는 건가? 하고 상처가 될 수도 있었지만 어쩌랴. 다른 이에게는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동생은 병색이 완연해져 갔다. 사람을 귀찮아하고 소음을 더 싫어하고 얼굴은 점점 수척해가고. 사람들은 암환자가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정을 떼기 위해 일부러 못된 척하고 얼굴도 흉하게 변한다고 말했다.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 남은 가족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로. 사랑스러움을 남기고 가면 얼마나 더 보고 싶겠는가? 하지만 효과는 별로 없다. 내가 이렇게 그리워하는 걸 보면.
동생이 유일하게 반기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우리 딸이었다. 우리 딸은 그 당시 7개월이었고 겨우 방바닥을 기어 다녔다. 그 어린 아기가 오면 무표정하던 얼굴에 미소가 스르르 번지곤 했다.
내가 아기를 낳자 동생은 다른 동생들에게 그렇게 말했었다고 한다.
"아휴, 언니가 완전 못난이를 낳았어. 코가 얼마나 낮은지 콧등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움푹 파였던데? 나중에 형부가 돈 많이 벌어야겠어, 얼굴 다 수술해주려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리 딸을 끔찍이 예뻐했다. 뭐든 선험적으로 아는 동생은 이미 아이를 서넛은 길러본 사람 같았다.
우리 딸은 "까꿍" 하고 내가 손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가 떼면 자기 얼굴을 엎드렸다가 들곤 했다. 그래서 왜 그러나? 했는데 동생이 그거 까꿍 하는 거잖아. 하는 것이다. 아기는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니 얼굴 전체로 까꿍놀이를 한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난 왜 고갤 숙이나 했다.
우리 딸의 사소한 습관까지도 잘 파악하고 대처를 잘해 주던 동생. 동생이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도 우리 딸이 동생 곁에서 함께 했다. 내가 동생 곁을 떠나 우리 집에 잠깐 쉬러 가면 전화가 왔다. 동생이 우리 딸을 너무 찾는다고 말이다. 그러면 부랴부랴 다시 갔다.
그러면 우리 딸은 동생에게 엉금엉금 기어간다. 동생은 팔을 힘없이 벌리며 마침내 안는다. 그리고는 행복한 미소를 힘없이 지었다. 다들 그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동생이 뱃속 아기를 잃은 사실이 기억 나서다. 그때 동생이 태교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딸아이를 임신했을 때 태교를 열심히 했다. 그러자 정말 사랑스러운 아기가 나왔다. 그 아기가 동생을 저렇게 위로해주는구나 했다.
다른 아기들도 엄마 따라왔지만 동생의 몰골이 워낙 무서웠나 보다. 동생을 보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렸다. 그러면 동생은 시끄럽다며 데리고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딸은 동생의 얼굴을 보면 방긋 웃기까지 했다. 피는 역시 물보다 진한가 보다. 엄마의 유전자와 비슷한 존재 앞에서 우리 딸이 친근함을 느끼는 것이리라.
동생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다들 우리 딸의 역할에 대해 한 마디씩 했다. 우리 딸이 동생이 마지막 가는 길에 아기천사 노릇을 했다고.
우리 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늘 동생 얼굴이 떠 올랐다. 우리 딸이 걷기 시작했을 땐,
'그때 아장아장 걸어가서 안겼으면 좋아했을 텐데.'
또 말을 하기 시작하면 "이모 사랑해."라는 말을 하게 하면 감동받았을 텐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이모 얼굴을 그려서 선물로 주고 글씨를 쓰게 되었을 땐 편지를 써서 주고. 아이들은 성장하는 내내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존재다. 특히 우리 딸이 유난히 사랑스럽고 귀여운 행동을 하면 더욱 동생이 생각났다. 인생에서 이런 행복을 느껴보지 못하고 죽다니 하면서.
동생이 다시 태어나면 그땐 진짜 천사 같은 아기를 낳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행복을 동생도 하나하나 꼭 느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