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의 수학 극복기
수학 고수님과 함께 중학교 수학부터 고등학교 3학년 수학까지 10개월을 달리고 그해 11월.
나의 마지막 수능이 치러졌다. 내 목표는 우선 수시를 위한 최저등급이라도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학 시험지를 채점했다.
앞장부터 차근차근.
어, 그런데…. 원래 한 페이지를 넘기면 바로 작대기가 그어졌을 텐데 이~상하게 동그라미 개수가 많다.
그다음 페이지도…. 그리고 다음장을 넘기고….
본격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폭발하기 시작하는 15번-18번 구간에 이르렀다.
놀랍게도 여기까지도 동그라미가 이어졌다.
채점하는 나의 손이 떨렸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려운 응용문제가 대부분을 자리하는 20번에서 30번 사이의 구간.
역시나 30번은 맞출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29번에 이르기까지 그어진 작대기는 내가 12년 간 수학 공부를 해오면서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정도로 적은 수였다.
그리고 내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것은 동그라미의 개수였다. 원래 나의 수학 시험지에서 이렇게 많은 동그라미가 있었던가.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틀린 문제의 배점을 합했고 100에서 뺐다.
그리고 나온 점수는 2등급 초반. 한 문제만 더 맞았으면 1등급이 될 수 있던 점수였다. 나는 울컥하고 눈물을 쏟아버렸다.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이런 느낌이구나.
중학 수학부터 고3 수학까지 9개월에 걸친 수학 극복 대장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정말로 주마등을 본다는 게 무엇인지 경험했다. 내 인생에 그렇게 고득점의 수학 점수를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수능에서 나는 내가 깰 수 없었던 나의 한계 점수를 초월하고 무려 30점 이상을 올렸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수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저…. 저….. 2등급 초반이에요!! 수능에서 제 인생 최고의 수학 점수를 받았어요!!!”
기쁜 소식을 전하는데도 목소리가 떨렸다.
전화 상 넘어서 고수님의 감정이 북받친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진짜 고생이 많았다. 짧은 시간 안에 수학의 전체 과정을 따라오느라 정말 수고했다.”
“선생님께서 약속하신 대로네요. 제가 좀 더 센스가 있고 많은 문제를 풀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의 결과로도 정말 행복해요. 저는 수학을 극복해보겠다는 오랫동안 갖고 있던 꿈을 이뤘어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선생님!”
인생은 엄청나게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것도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기적일 수 있다.
나는 수포자로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었던 기적을 선물 받았고, 그 해 겨울 길고 길었던 입시를 끝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