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에서 일주일 살기
결혼 전에 열심히 활동하던 사진동아리에서 사진여행을 가면 항상 날씨 운이 좋지 않았었다. 일출, 일몰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굽굽한 회색의 하늘 사진만 찍고 돌아오기 일수였다. 그래서 여행 일주일 전부터 매일 날씨를 확인해보았었는데 여행날 날씨가 좋지 않게 예보되면 사진에 대한 욕심을 미리 비우곤 했다. 이렇듯 내 여행에서 좋은 날씨는 하늘이 예쁜 맑은 날씨를 의미했다.
아가와 처음으로 함께할 서해 여행에서도 맑은 날씨를 기대했다. 그리고 그 맑은 날에 함께 일몰을 보러 가야지 생각했다. 여행 첫날부터 흐렸지만 여행기간이 일주일로 길어서 하루 이틀 정도는 맑은 날이 있겠거니 생각했다.
여행 셋째 날까지 계속 날이 흐렸는데 날씨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난 서산의 흐린 날씨에 만족하고 있었다. 흐린 날씨의 장중함은 주변을 고요하게 만들어 이곳에 우리 가족만이 존재하는 느낌을 갖게 해 주었다. 정말 세상에 우리만 있는 듯했고 우리는 이 순간 나의 전부였다.
기대했던 날이 다가왔다. 서해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맑은 날. 원래 선물을 천천히 열어봐야 더 기대되는 법. 여행 막바지에 선물처럼 내려준 맑은 날씨는 우리를 벌천포 해수욕장으로 향하게 해 주었다. 일몰 즈음 도착한 이곳에서 해가 안녕 인사를 고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우리의 시간은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듯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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