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래놀이를 좋아한다. 모래놀이는 순서도 없고 규칙도 없다. 블록처럼 아귀를 맞출 필요도 없고 무너져도 괜찮다. 집에 있는 장난감들은 처음에는 재밌어도 가지고 놀수록 지루해지는데 모래놀이는 할수록 재미있어진다. 모래를 모으고 옮겨 담는 것, 모래를 조몰락조몰락 만지는 것, 모래를 쌓는 것, 땅을 파는 것, 물을 뿌려보는 것. 모래놀이는 이것저것 해볼 것이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내가 모래놀이를 하는 곳은 내가 주인이 되는 나만의 세계가 된다. 그래서 나는 모래놀이가 재미있지만 웃음보다는 진지한 표정으로 놀이에 임한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내 마음을 모르는지 항상 모래놀이에 한창 빠져있을 때 이런 말을 하신다. '그만하고 집에 가자'
엄마 아빠는 모래 묻은 내 몸과 옷을 보며 여러 생각을 하는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나는 모래만으로 새로운세계를 창조하느라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아빠 엄마는 고작 그런 걱정이나 하시다니... 어른들이 얼른 철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