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아기와 아빠가 함께 쓰는 여행일기
하늘은 푸르렀고 숲은 초록빛 싱그러웠다. 내리쬐는 햇살을 이기려는 듯 매미가 쨍쨍하게 울고 있었고 더위를 잊은 채 개미들은 바쁘게 오다니고 있었다. 나는 숲길에 떨어져 있는 작은 열매와 나뭇가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 위해 발 아래를 꼼꼼이 살피며 걸었다.
열매는 내 수집품이 되거나 다람쥐 먹이로 주고 나뭇가지는 흙 위에서 연필로 쓰거나 낚싯대로 쓴다. 오늘은 마음에 드는 나뭇가지를 찾았는데 아빠가 이 나뭇가지는 너무 길어서 위험하다고 하시면서 뺏어가셨다. 주변에 물가라도 있으면 낚시놀이를 하기 위해 그냥 빼앗기지 않았을 테지만 물가가 없어서 그 나뭇가지를 그냥 보내줘버렸다. 그리고 나도 이 무더위에 화내기 싫기도 했다. 이런 날 위로해주려는 듯 곧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난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수목원 온실원까지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수국으로 뒤덮인 길을 발견했다. 수국 색이 내 옷 색깔과 같아서 이 꽃들이 더 반가웠다. 나를 이렇게 옷 입혀주신 엄마도 이 꽃을 만나 행복해 보이셨다. 아빠는 즐거우신지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으셨다. 그리고 수국 앞에서 우리 가족사진도 찍었다. 수목원을 나가기 직전에 만난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2022.7.22 창원 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