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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3개월 유럽살기, 유럽에서 펼쳐질 이야기

기왕 이렇게 된 것 3개월 장기 유럽 여행 GO! GO!

by 홍천밴드

이번이 세 번째 퇴사이다. 이번 회사는 2년을 조금 못 채운 채 나오게 됐다. 작년 말부터 이 회사에 오래 있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상황이 나에게 퇴사로 이끌었다.


일반 대기업에서 컨설팅회사로 넘어오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컨설팅 회사에 와서 느낀 것은 내가 컨설팅 회사에 맞지 않는 인간이라는 점이다. 이곳은 내가 딱 원하는 일만 하는 곳은 아니다. 물론 대기업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일종의 인력 사무소 같은 곳으로 오늘 하는 일이 내일 끝이 나거나 갑자기 내일부터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한다. 내일 내가 어떤 일을 하게, 어떤 곳으로 가게 될지 모르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너무 빠르고 변화도 심한 곳에 내 전문분야만을 내세워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다.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어디 소속되지 못한 내가 좀 어색하고 걱정이 될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다.


막상 이렇게 나오게 되니 앞으로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다시 대기업이나 컨설팅회사는 절대 아니고, 앞으로 내가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내가 주인이 삶을 살아야겠다. 아직은 구체적인 것은 없다.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재미있어하고 잘하고 좋아하는지 그것부터 심도 있게 고민하기로 한다.


그동안 중간이 쉼 없이 달려오기만 한 나에게도 작은 쉼표를 주기로 했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것 3개월 동안 장기 유럽 여행을 길게 다녀오기로 결심했다. 동유럽에 가보지 않아서 동유럽을 시작해서 그동안 좋았던 나라 위주로 다시 방문하는 일정을 짜기로 한다. 일단 부다페스트 인, 파리 아웃 비행기 티켓과 부다페스트 호텔을 예약했다. 이렇게 장기로 떠난 적도 없었고 일정을 이렇게 느슨하게 잡은 것도 처음이다. 3개월 동안 여러 우여곡절을 겪을 수도 힘들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흥분된다. 3개월 후 한국에 돌아오면 나에게 무언가는 남겨지겠지. 물론 '텅장'만 남겨질 수도 있겠지만, 더 나이 먹기 전에 다리 멀쩡할 때 많이 돌아다니고 원 없이 보고, 원 없이 즐겨보려고 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나중에 이때를 되돌아보면 이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해보고 싶은 것을 못해봤을 때 후회가 되지, 해보고 싶은 것을 한 것을 후회하는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제 장기 여행을 떠나게 되면 브런치에 글을 자주 올릴 수도 없을 수 있다. 그래도 시간이 있으면 기록차원에서도 글을 올릴 예정이다. 아마도 앞으로 당분간 홍천밴드 브런치 글은 '장기 유럽 여행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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