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9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당신은 방 안에 혼자 고요히  앉아있을 수 있나요?

곽정은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by 김둥둥 Jan 08. 2022
아래로

혼자 밥을 먹을 때 보통 넷플릭스에 있는 '연애의 참견'이나 유튜브 영상 등을 틀어놓는다. 그중에 '곽정은의 사생활' 유튜브 영상을 우연히 틀어 보게 됐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와 지식들이 어우러져 주옥같은 말들을 쏟아내는데 그중에서 나다운 삶을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지에 관해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움 되는 말들이 너무 많아서 영상을 멈춰 가며 책 필사를 하듯  요약해 일기장에  적어 내려갔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방 안에 혼자 고요히 앉아 있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파스칼


"이 말은 혼자 있으면서 삶에 대해 조용히 돌아보고 침묵 속에서 성찰하고 고민할 수 있는 마음의 에너지가 있는가?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집에서 그냥 멍 때리거나 아무 생각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은 채로 인생의 진짜 중요한 것들을 자기 이성으로 파악하라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하면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요. 저는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나 와 그것(나다운 삶을 사는 것)이 되게 중요한 연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책을 보고 혼자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혼자 기록하고 또 혼자 뭔가 배우고 또 혼자 자기감정을 감당하고.. 그런 모든 순간 혼자 있으면서 어떤 부분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혼자'라는 단어가 그렇게 쓸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김숙 언니나 곽정은 언니처럼 혼자여도 멋있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외로워본 사람은 안다. 혼자라는 사실이 용인되고 오히려 자연스러워진 이 세상이 조금은 전보다 편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을 처량하다 여기고, 나이 서른 초반을 넘은 여자들은 결혼을 빨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혼자가 무서워서 자꾸만 내가 아닌 타인으로 나를 채우려고 할 때마다 힘든 이별을 해야만 했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있을 수 있을까. 곁에 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오히려 상대를 떠나가게 만든다니. 이런 사실은 썩 유쾌하지 않다. 사랑을 시작하면 늘 혼자가 두려웠다. 떠나가버리진 않을까, 내가 혼자 남겨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장거리 연애를 잘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혼자이든, 둘이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어쨌거나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차피 외로울 거 혼자 좀 외로워도 괜찮아야 한다. 방 안에서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요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는가? 산책하는 길거리에서, 공원에서 혼자 걷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가? 상대가 예전처럼 사랑을 표현하지 않을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내 대답은 '어렵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노력한다.'정도겠다.



스무 살부터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반하고, 마음을 주고, 사랑하기 원했지만, 그 시간이 늘 불행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잠깐은 세상이 분홍빛으로 보이다가도, 그 사람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왔던 것이다. '내가 필요로 할 때 너는 내 곁에 없을 거잖아!' '너도 나를 방치하겠구나 ', '나는 혼자 남겨지고 말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외쳐대며 아직 다가오지 않을 파국을 열심히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곽정은 작가님의 저서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구절은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했다.  '그 사람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왔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 연애가 길어도 1년 반을 못 넘겼던 걸까. 아차 싶었다. 익숙해지는 시점이라면 시점인 1년이라는 시간이 내게는 아직 다가오지 않을 파국을 준비하는 기준점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파국을 준비하지는 않았더라도 상대에게 버림받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던 것 같다.


나 자신을 잃어 갈수록 상대는 내게서 멀어졌다. 내 마음을 나로 온전히 채우는 법을 모르고 혼자되는 게 무서워서 상대방의 사랑과 관심으로 나를 채웠으니 불 보듯 뻔한 결과였다. 나를 돌보지 않은 결과가 그렇게 게 참혹했다니. 물론 모든 연애가 그랬던 건 아니지만 마음이 클수록 관계에 더 목말랐던 것 같다. 자주는 아니지만 여전히 혼자일 때 외로움이 몰려오는 것이 이따금씩 두렵다. 그렇지만 외로움이라는 것을 굳이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건 지극히 당연한 거라고 여기고 난 이후부터는 내 외로움에게 조금씩 친절해졌기 때문이다.


스물한 살,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을 하다가 나보다 한 살 많은 K를 처음 만났다. 결이 좀 같은 사람이라 그런지 급속도로 친해졌고, 나의 외로움을 털어놓기도 했었다. 그때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도 외로움을 느껴요?"


하지만 언니는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잘 없다고 말했다. 언니의 그 말은 진심이었다. 거짓말을 잘 못하는 언니의 눈빛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는 사람은 다 외로움을 가지고 있고 나도 그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살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세상에는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서울에서 언니를 다시 만났다. 그때 언니는 혼자 서울살이를 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의 나는 서울을 자주 왔다 갔다 할 때였다. 다시 만난 게 반가워 나는 틈이 나면 항상 언니를 보러 갔다. 언니는 무슨 일인지 외롭다고 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공감하기 어려워하던 언니의 모습은 과거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사람이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으면 안 외롭던 사람도 외로워진다며 서울살이의 설움을 내게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번은 애인과 이런 일이 있었다. 애인이 친구들을 너무 자주 만나는  같아 서운했다. 내가 불안하지 않고 안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인에게 서운할 일도 없었을 일이었고, 애인이 크게 잘못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서운한 나의 감정을 감당할 수가 없어 애인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애인은  말을 차근차근  들어줬다. 그리고는 내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서운함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은 혼자 있을  외로워본 적이 없다고, 항상 뭔가  일이 많았다고 했다.  일이 있을 때였는지 이후였는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그는 나에게 그런 것들(외로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같다고 명확하게 말한 적이 있다(그렇다고 그가 냉정하게 말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나와는 달리 그는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다. 이처럼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양이 천차만별이었고,  무게 또한 비교할  있는 무엇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인의 말은 하나같이  맞는 말이지만 서운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웠을 것이었다. 친구들 만나는 것들을  괜찮다고만 하다가 갑자기 다짜고짜 서운함을 토해내니까. 그래도 나는 그를 믿고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상담을 할때 선생님께서는 상대를 믿고 부정적 감정을 말해보는 연습을 해보라고 하셨었다. 그런 말을 해도 든든하게 옆을 지킬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표현을 계속 하는게 좋다는 것이었다.



<일기에 쓴 내용>

내가 ‘불안정 애착 갖고 있다고 해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남자친구가 나만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나쁘고 못되서 그런  아니라  과거의 영향 때문에 그런거니까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면 된다. 그럼 조금씩 나아질 거다.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곡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어린   맘엔 영원히 
가물지 않는 바다가 있었지

작은 두려움 아래 천천히  눈을 뜨면 
세상은 그렇게 모든 순간 내게로  눈부신 선물이 되고

그럼에도 여전히 가끔은 삶에게 지는 날들도 있겠지  다시 해맬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애인과 술을 한 잔 하며 내 감정에 대해 조금 더 깊이 털어놨고 그 후로 나는 그에게 큰 서운함을 느끼지 않게 됐다. 혼자 잘 지내지 못하면 사랑하는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없게 되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더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삶이 늘 재미있고, 설레고, 충만하다면 어떨까? 그런 긍정적인 느낌들이 금세 지겨워지지 않을까. 이제는 슬픔도, 외로움도, 괴로움도 섬세하고 깊게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삶을 지나쳐왔기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 혼자 잘 있을 수 있는 능력이 나다운 삶을 살게 하고, 성장하게 한다면 나는 기꺼이 혼자 잘 있고 싶다. 그리하여 나 자신과 타인을 신뢰할 수 있다면 더더욱 나는 혼자 잘 있고 싶다.


우리의 모든 밤이 적당히 외롭고,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르 잠들 수 있기를



이전 11화 괜찮아, 마음이 조금 허기지면 어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